<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중에 나오는, 미몽에서 깨어난 한 랍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진노로 죄인들을 위협하는 것에 진저리가 났습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연약한 자들을 위로하는 것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회당을 떠나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방황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바람이 잘 들어오는 오두막에 누워서 죽어 가고 있는 한 노파에게
그가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그 노파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죠?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운명은 불행했다는 기억밖에는
없는데요."

"그렇다면 그것을 견뎌내야죠."

자신의 신분을 감춘 랍비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죽어 가는
노파의 마음에 쉼을 주었습니다. 죽은 노파의 얼굴을 천으로 덮어 준 뒤
그는 그때부터 벙어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방황하던 날로부터 사흘째 되던 날 한 어린 거지 소녀를 만났는데, 자신
의 죽은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습니다. 랍비는 무덤 파는 것을 도와 주었
습니다. 아기의 시체를 천에 감싸고 구덩이에 집어넣고는 흙으로 덮었습
니다. 빵을 떼면서 거지 소녀가 하는 모든 말에 그는 몸으로 대답했습니다.

"그 불쌍한 것은 기쁨이 뭔지 고통이 뭔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그 아이
는 태어날 가치가 있었을까요?"

자신의 신분을 가리고 있던 랍비는 처음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 소
녀가 계속 물었을 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로부터 랍비는 벙어리일 뿐만
아니라 귀머거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속세를 떠나 한 동굴에 숨었습니다. 거기에서 그가 만난 것이란 흰
족제비뿐이었습니다. 족제비 발이 다쳤길래 약초로 싸매 주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흰 족제비가 그에게 맛있는 씨앗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은자
는 기도했고 그 작은 짐승은 코를 문질러댔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즐거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독수리 한 마리가 높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더니
동굴 입구에서 햇빛을 쬐고 있던 흰 족제비를 랍비가 보는 앞에서 낚아챘습
니다. 그러자 랍비는 눈도 감았더라면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랍비는 자신이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라면 죽음밖에 기다릴 것이 없는
데 그 죽음이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도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의 회중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한 번 야훼의 법을 따라
선과 악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교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에 했던 일을 했
지만 자신이 겪은 부끄러운 경험을 통해 강건해졌습니다.


우리도 종종 우리 집을 떠나 숨어서 한동안 귀머거리로 벙어리로 장님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역자들입니다. 죽어 가는 외로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물며
보잘것없는 흰 족제비도 우리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소명을 충실히 하기 위해 사역하는 사람들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겸손과 사랑 가운
데서 점점 더 강해집니다.


-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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