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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닭고기 수프


뉴저지 주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부터 나는 주말이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내기를 좋아했다. 그분들이 살던 널찍하고 오래된 집은 안락했고, 특히 할머니의 작은 부엌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정겹고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할머니와 내가 자주 친근한 대화를 나누던 곳도 바로 부엌이었는데, 할머니는 준비하는 모든 요리의 재료에 언제나 몇 조각의 지혜를 가미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곳에서 보낸 어느 토요일 아침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열한 살 때쯤이었던가? 나는 할머니 댁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식사 후에 할머니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떤 스프를 만드시나요?" 낡은 가스스토브 위에 올려놓은 얼룩덜룩한 푸른 에나멜 국솥에서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 냄새가 났다.

"닭고기 스프란다." 할머니가 대답했다. "당근과 셀러리 써는 일을 좀 도와주련?" 할머니는 듬직한 할머니의 허리에 앞치마를 둘렀다. 우리는 냉장고에서 양파며 당근, 셀러리, 감자와 콜리플라워 등의 야채를 꺼냈다. 할머니는 내가 야채를 썰 수 있도록 칼과 도마를 주었다.

당근 껍질을 천천히 벗기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다음 주에 구두로 독후감 발표를 해야 하는데 겁이 나요."

할머니는 나를 쳐다보고는 손대중으로 썰어 놓은 양파 한줌을 쥐었다. 그리곤 국솥에 그 양파를 집어넣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그렇지만 기억해 둘 게 있단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오직 한 가지는 두려워하는 마음 그 자체야. 그래, 정확히 네가 두려워하는 게 뭐니?"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두 다인 것 같아요. 저는 여러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어요. 제가 혹시 이야기하려던 걸 잊어버리면 어쩌죠? 누군가가 저를 보고 웃는다면요?"

"그렇지만 네가 다 잘할 수도 있잖니?" 할머니가 물었다. "발표 내용은 요약해 두었니?"

"저, 아니오. 그것까지 준비하려면 할 일이 너무 많아져요."

"열심히 공부해서 해로울 건 없단다." 할머니가 나무 숟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충고했다. "거울 앞에서 한 번 연습을 해보렴."

나는 당근 조각들을 도마 한쪽 편으로 밀어 두었다. 할머니는 잘게 썬 당근을 스토브로 가져가서 그것을 냄비에 넣었다. 할머니의 신발이 낡은 리놀륨 바닥에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부엌 안은 아주 조용했다. 나는 셀러리를 썰면서, 학교 공부며 친구, 가족에 대해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 문제에 관해 다 이야기하자면, 지금 내 앞의 나무 도마 위에 잘게 썰어 놓은 야채의 양보다도 더 많을 것이었다. 주변에서 생기는 온갖 슬픈 일과 사소한 일에 대해 흥분해서 열을 내는 동안, 할머니는 그 모든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 주었다.

이윽고 할머니는 손을 앞치마에 닦고는 이마 위로 흘러내린 곱슬한 흰 머리카락들을 쓸어 올리면서 내 옆에 앉았다. 그렇게 가까이 있으니 할머니의 얼굴에 바른 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화장분 때문에 할머니의 얼굴은 하얗고 주름살 하나하나가 다 드러나 보였다. 나는 야채 써는 일을 멈추고 할머니의 잿빛 푸른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할머니의 표정은 준엄하긴 해도 부드러웠다. "낸시," 할머니가 말을 꺼냈다. "네 인생에 작은 문젯거리가 있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란다. 오히려 너만의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거지."

할머니는 내게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넌 내가 만든 스프가 좋으니?" 할머니가 물었다. '스프라고?' 나는 의아했다. '지금 내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할머니, 전 할머니가 만드신 스프가 정말 좋아요." 내가 대답했다.

"음, 너도 잘 알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즘에는 집에서 직접 스프를 만들지 않는단다. 집에서 만드는
건 너무 골치 아프다고들 하지. 일단 국물을 맛있게 내야 하고 야채를 전부 먹기 좋을 만큼 작은 크기로 썰어야 하니까 말이다." 할머니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그 정도의 골칫거리는 상관하지 않아. 바로 그 수고가 내 스프에 다양한 맛을 내 주는 양념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건 내 인생에도 마찬가지지. 만일 내 스프에 야채를 안 넣으면 너무 덤덤할 거야. 그러니 약간의 기복이 없다면 내 인생 역시 그런 감칠맛 없이 그저 덤덤할 것 아니겠니?"

잠시 멈추었던 할머니가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는 너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실지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갖고 계신 조리법을 믿어야 해."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씽크대로 가서 접시들을 닦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설거지하는 걸 도우면서 나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게는 아직도 구두발표를 연습할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아 있었다. 그 토요일 날, 할머니는 내게 집에서 만든 맛있는 스프 한 그릇 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양식까지 주셨다.

할머니의 걸작품인 스프를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을 때마다 거기에는 맛있는 고기 조각과 야채 조각이 같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웬일인지 이제는 내가 가진 문제들이 더 이상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할머니 말씀이 힘들여 노력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할머니가 만드신 맛있는 스프처럼 나도 내게 있는 약간의 골칫거리들을 가지고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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