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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혁은 가죽 '혁(革)'
(서두칠과 한국전기초자사람들 지음/김영사/298쪽/11,800원)

IMF 통제가 시작된 1997년 11월말 김우중 회장은 한국유리로부터 인수한 한국전기초자의 경영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놓고 숙의를 거듭하다가 대우전자 국내영업을 총괄하던 서두칠 부사장을 낙점했다. 당시 한국전기초자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고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퇴출 대상 1호 기업이었다.

1997년 12월 6일 새벽 한 남자가 구미역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전기초자 사장으로 내정된 서두칠 사장이었다. 대우전자 사람들이 베풀어 준 송별연이 끝나자마자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밤 열차를 타고 내려온 길이다. 신임 서두칠 사장은 구미에 도착하자 마자 불시에 공장을 둘러보았고 시찰을 통해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서 사장은 전자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가 공장 내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유리공장 = 장치산업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전자공장 마인드였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한마디로 회사는 문제 투성이었다. 어둡고 지저분한 현장, 강성 노조와 나태한 근무태도, 공정사이에 쌓여 있는 수많은 재공품(在工品)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사를 새로 인수한 대우 출신 서 사장을 대하는 현장 직원들의 적대적인 태도는 그날 밤 공단을 휘감던 북풍보다 더 싸늘하게 서 사장의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서 사장은 모든 곳곳에 희망이 깔려 있다고 생각했다.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공장 운용 체계와 지저분한 환경, 한숨이 절로 나오는 종업원들의 근무 태도, 적대적인 눈빛 그 모두가 희망이었다. 빈틈없이 잘 짜여 돌아가서 더 이상 손 볼 여지가 없는 모습이었다면 오히려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회사가 망할 지경이라면 혁신 방안을 궁리하기도 그만큼 어려울 텐데, 도처에 문제점이 보인다는 것은 개선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 아닌가!

공장을 둘러본 그는 이런 결심부터 하게 된다. "햇볕이 드는 곳에는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모든 현장에는 언제나 관리자의 눈길이 닿아야 문제점이 노출되고 또한 그 개선 방안이 뒤따를 수 있다. 그 정도가 되려면 나를 비롯한 전 임원, 간부들이 연중 무휴로 근무를 해야만 한다."

한국전기초자 경영 혁신은 바로 첫 공장 시찰에서 이미 가닥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던 현장에서 서두칠 사장은 오히려 가능성과 성공에의 확신을 발견했고 해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희망을 가졌다.

서두칠 사장은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좋은 제품을 생산하여 많이 팔아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 사원들이 전력투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전 사원들을 회사와 함께 살길을 이야기했다.

"여러분들이 우리 회사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TV 유리는 세계 시장에서 사양화 추세라서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고 보면 알겠지만, 다른 유리 회사들은 다 죽을지 몰라도 우리 회사 제품은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간단합니다. 우리의 고객인 브라운관 만드는 회사 사람들에게 사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구매자의 의욕을 어떻게 불러일으키느냐? 간단합니다. 우선 싼값에 공급하는 겁니다. 싸다는 데 관심 안 가질 수요자가 어디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개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값이 싸면 품질이 엉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타사 제품보다 더 좋게 만든다면 고객은 감동하게 돼 있습니다. 덧붙여서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해 주는 겁니다."

좋은 물건을 납기에 맞춰서 싸게 판다? 경제의 ABC를 모르는 구멍 가게 점원이라도 다 알고 있는 뻔한 공자님 말씀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싸게 팔고, 좋게 만들고, 납기에 맞춰 공급한다는 것은 절실한 과제였다. 따지고 보면 77일간의 장기 파업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제품의 질이 나빠서 고객에게 외면당한 물건이 재고로 쌓인 데서 유발되었다. 그런 현실을 우선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었다.

서 사장은 남들보다 1달러 싸게 팔자고 주장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일 100만 개의 제품을 쓰는 회사라면 100만 달러를 싸게 사는 셈이 된다. 100만 달러를 절감하는데 한국전기초자 제품을 안 쓰고 배길 재간이 있겠는가.

그럼 회사는 언제 돈을 버나?
"가격을 1달러 내리되 생산 비용을 2달러 절감하자! "

이것이 사장이 제시한 답이었다. 즉 가격을 1달러 내리고, 생산 비용을 2달러 절감한다면 종전보다 1달러를 더 버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연간 2억 5천만 개에 이르는 브라운관 유리 수요가 1억 개로 줄고, 5천만 개로 줄더라도 한국전기초자 제품은 판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서 사장은 가동이 중단된 용해로에 곧 불을 붙이겠다고 말했다. 용해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하자 사원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기뻐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이야기엔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사업장은 특성상 온도가 높은 곳에서 일하는 관계로 1시간 일하고 30분 쉬는 방식으로 근무 체제를 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내가 제안한 비전을 이룩할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2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방식으로 근무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혁신을 해야만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혁신이 뭡니까? 혁신의 혁은 가죽 "혁(革)"입니다. 가죽을 벗겨내는 아픔 없이는 결코 성공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 알고 보니 저 사람, 순전히 우리 살가죽 벗기려고 내려온 저승사자였어."

첫 만남은 사원들에게 아리송한 약속과 황당한 제안을 남긴 채 끝났다.

그러나 서두칠 본인에게는 아리송한 약속이 절대 아니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 게 그의 성미였다. 지키기 위해 그는 자기 자신부터 한없는 긴장감 속으로 내몰았다. 서 사장은 약속서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사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과업에 적극 참여하는 길 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서사장은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이미 사망 선고를 받고 퇴출 대상 1호로 낙인 찍혔던 한국전기초자를 취임 후 1년만에 대폭적인 흑자로 전환시켰다.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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