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환.추성엽 지음/21세기북스/570쪽/35,000원)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탄생한 1993년 이전까지는 모토로라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60%를 유지한 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소비자들의 휴대폰에 대한 포지셔닝은 "무전기=모토로라=휴대폰"이라는 절대 가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플립모델 휴대폰을 개발해 "애니콜 브랜드에 마케팅 혼(魂)을 불어 넣자!"는 각오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장에서의 후발 진입과 국내 소비자들의 외국제품 선호라는 2개의 장벽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 실행전략을 수립해 단계별로 시행에 들어갔다.

브랜드 도입기에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형성된 모토로라에 대한 강력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돌파하기 위해 삼성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란 브랜드 컨셉을 제품에 도입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였다. 하이트맥주가 OB맥주의 아성을 잠재운 가장 큰 성공비결을 맥주의 본원적 속성인 "물=암반천연수"에서 찾았듯이 삼성도 휴대폰의 중심가치는 단연 "통화성공률"이란 기본속성에서 발굴해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국지형에 맞추어 설계된 애니콜이 적격이란 발상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모토로라가 미국 평야 지대에 맞추어 설계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통화성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암시적인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 인식에 자리한 모토로라 영역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은 실제로 제품 통화품질 개선을 위해 막대한 R&D비용을 투자하면서 870Kg의 하중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품(중형차가 지나가더라도 통화가 이루어짐)을 튼튼하게 설계하였다. 한편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은 현장 마케팅을 강화하였는데,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등반이 많은 봄과 가을에 전국 주요 명산에서 무료통화 시연회를 100만 명에게 실시해 구전 마케팅을 강화하였고, 추석 귀향길 무료통화 시연회로 300만 명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 결과 애니콜은 93년 15%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95년 52%까지 끌어올리는 신기원을 달성하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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