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변곡점을 잘 활용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의 빅3 자동차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가장 좋은 사례다.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이 굴지의 세 회사는 오랜 기간 개별적이고 총체적인 전략적 변곡점에 놓여 있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하기는커녕 단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투기만 했다. 이 세 회사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화물을 운송하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종류의 자동차만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석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을 만들고, 내연기관을 영속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 필요한 시대는 아니다.

2008년 7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폭등하기 이전부터 이미 재앙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은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다거나 자신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새롭게 구축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적어도 몇 년 전부터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카와 대체에너지 자동차로 전략적 침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포착했어야 했다. 결국 수십 년 동안 제왕의 자리를 누렸던 이들은 바로 그 해외업체들에게 시장의 지배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2008년 11월 이 빅3 회사의 CEO들이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미국 의회에 손을 내밀기 훨씬 전부터 전략적 변곡점은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매번 자신들의 비즈니스모델이 더욱 더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리더는 전략적 변곡점에서 기존의 낡은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버리고 획기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오래 전부터 빅3 업체들은 최소한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위험징후는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단 한 업체도 카오틱스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았을 뿐더러,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지급받으면 어떻게 사용할 생각이냐고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세 업체의 CEO들 가운데 그 누구도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바로 그날, 혼다는 인도에 생산설비를 새롭게 건설하고 1천 명이 넘는 직원을 새로 고용했다. 2008년에 혼다는 미국 시장의 11퍼센트를 점유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도요타ㆍGMㆍ포드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기업으로 떠올랐다.

빅3 업체들이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들이 다음 몇 가지 핵심질문을 받았다면 어떠한 답을 도출했을지 생각해보자.

Q. 과거의 ‘블라인드스팟(blind spot, 맹점)’은 무엇인가? 현재 그 블라인드스팟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A. 해외 자동차업체들의 디자인과 가치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 증가에 힘입어 미국 빅3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빠르게 고령화됨에 따라 운영비에서 직원들의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Q. 타 업종에 참고할 만한 유사한 사례가 있는가?
A. 미국은 TVㆍ오디오ㆍ비디오플레이어ㆍPC 등 가전제품에 대한 미국 및 세계 시장을 아시아 업체들에게 내주었다. 미국 철강산업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Q. 동종업계에서 어떤 업체가 가장 먼저 미세한 신호를 포착하고 움직이는 데 능한가?
A. 일본ㆍ한국ㆍ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다.

Q. 매버릭(mavericks, 혼자 행동하는 이단자)과 아웃라이어들은 무엇을 주장하는가?
A. 환경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미국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녹색운동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Q. 미래의 ‘놀랄 일들’은 어떠한 피해를 끼칠 것인가? 혹은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인가?
A. 휘발유 1갤런의 가격이 3달러를 넘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보다 작고 연료효율이 높은 승용차나 트럭을 사려 한다. 판매와 수익의 증가율이 빅3 업체의 연금 관련 부채를 해결하기에는 미미하다.

Q. 게임의 판도를 바꿀 만한 신흥기술은 무엇인가?
A. 다양한 대체에너지 기술, 특히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이 만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을 손꼽을 수 있다.

Q.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있는가?
A.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고 휘발유는 갤런당 최고 5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지고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포기한다.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명확하다. 자동차시장과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 많은 위기의 신호들과 징후들에 좀더 주목했다면, 빅3 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해외의 라이벌업체들이 기껏해야 일시적 침체를 겪는 동안 ‘파산’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립 코틀러 카오틱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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