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1967년 6월 6일 전쟁을 통해 시나이 반도를 정복했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과 시나이 반도의 주권국가였던 이집트 간에 공격과 보복이 6년간 지속되었다. 땅을 되찾으려는 시도와 일단 빼앗은 땅을 수호하려는 국가 간의 무력 충돌은 결국 쌍방 모두를 패자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중재로 여러 번의 평화 협상 시도가 있었지만 전체 영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쌍방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두 나라의 문제 해결 조정자로서 이집트 대통령 사다트와 이스라엘 총리 베긴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카터 대통령은 쌍방 모두 시나이 반도를 원한다는 입장을 중심으로 조정을 시도하지 않고 쌍방의 숨겨진 진정한 목표를 찾는 것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당신들 두 나라는 도대체 왜 시나이 반도의 소유권을 원하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서 양측의 숨은 진정한 목표와 관심사를 찾아 본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아 왔다. 우리는 영토의 주권을 회복한 지 100년도 되지 않았다. 우리 국가의 영토를 다른 나라에게 더 이상 빼앗길 수 없으며 우리 영토를 통일하고 우리 손으로 통치하고 싶다. 이건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한편 이 질문에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은 이렇게 답변했다. “당신들 미국 사람들은 모른다. 이스라엘 남쪽 국경 지대의 도시와 마을은 항상 이집트군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나이 반도라는 완충 지역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쌍방이 모두 영토를 원한다는 입장의 차이를 해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쌍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숨은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찾는 순간부터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결책은 영토를 원하는 쪽에는 영토를, 안전을 원하는 쪽에는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상충된 입장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한 쪽이 이기면 한 쪽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겨진 진정한 목표를 알게 되면 이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미국의 조정으로 드디어 1979년 두 나라는 다음과 같이 쌍방이 함께 이기는 협상안을 만들고 합의에 이르렀다.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 지대를 만들고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이집트군의 움직임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치를 미국의 참여로 만든다.”
- 캠프 데이비드 협상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협상에 임하기 전에 이루어졌던 사다트 대통령의 사전 정지 작업이 있었다. 사전 작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977년 아랍국의 정치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하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사다트의 이스라엘 방문은 대단한 사건이었다. 아랍의 동맹국들은 이집트의 배신행위에 대하여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이스라엘 방문을 시도한 것은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들에게 중동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각인시킨 사건이 되었다.

사다트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보여준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와 신뢰감이 토대가 되어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이집트는 1967년 이스라엘과 벌인 전쟁에서 잃었던 넓은 시나이 반도를 되찾고 거기에 따른 많은 유전 등 실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78년 사다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 『국제변호사 김병국의 이야기 협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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