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앗은 날카로워 보여요. 이걸 제 가슴에 집어넣으면 아프지 않을까요?"

"이 씨는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아주 빨리 미끄러져 들어간단다. 그러나 겁쟁이야, 사랑에는
고통이 수반되는 거야. 한동안만이라도 말이야. 네가 만일 사랑을 경험하려 한다면, 고통도
알아야 해."

겁쟁이는 가시를 보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목자의 얼굴을 보고 나서 그가 한 말을 되
뇌었다.

'네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씨앗이 활짝 꽃필 무렵이 되면, 너는 사랑을 돌려 받을 거야.'

그러자 알 수 없는 새로운 용기가 생겼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가슴을 내밀고 말했다

"그 씨를 여기 제 마음속에 심어 주세요."

목자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기쁘게 말했다.

"이제 너는 나와 함께 높은 곳으로 갈 것이고 내 아버지 나라의 백성이 될 거야."

목자는 가시를 겁쟁이의 가슴속에 밀어 넣었다. 목자의 말대로 찔리는 아픔이 있었지만 가
시는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자 전에는 느끼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감미로움이 갑자
기 그녀를 감쌌다.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기분이었지만, 즐거운 느낌이 더 강했다.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다'라고 했던 목자의 말이 생각나자, 핏기 없고 창백한 뺨이 갑자기 발그
레하게 달아올랐고 두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겁쟁이는 그 무엇도 전혀 겁내지 않
는 듯했다. 일그러진 입도 긴장이 풀어져 행복한 미소를 그렸고, 빛나는 눈동자와 발그스름
한 뺨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겁쟁이는 큰 목소리로 말하며 목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목자님은 참으로 선하시고 인내가 크십니다. 이 세상에 목자님같이 선하시고 친절하신 분
은 없어요. 저는 목자님과 함께 산으로 가겠어요. 목자님께서 제 발을 사슴의 발과 같게 하
시고, 저 같은 자도 높은 곳에 서게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너보다 더 기쁘구나. 너는 벌써 이름까지 바꾼 것 같은걸. 그러나 하나 더 말해 줄 게
있단다. 대적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내가 너를 산기슭까지 데려다 주겠지만, 그 후에는 너를
위해 선택한 특별한 동반자들이 너를 안내하고 도와줄 거야. 네가 발을 절고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동안 너를 도와서 가파르고 힘든 곳을 오르게 해줄 거야. 그리고 겁쟁이야, 넌
항상 날 볼 수는 없을 거야. 나는 산과 언덕을 뛰어다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항상 네가 나와
동행하거나 함께 있을 수 없어. 나중에는 가능해질 거란다. 하지만 사랑의 왕국에는 어디에
나 통하는 아주 훌륭한 의사 소통 체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네가 산비탈에 다다르는
순간부터 나에게 말하기만 하면 내가 들을 수 있단다. 그러니 네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즉시 네게로 가겠다고 약속할게. "

그녀는 목자를 보고 행복하게 웃었다.

"목자님은 무엇이 최선인지 아시고, 옳은 것만 선택하신다는 것을 진정으로 믿고 있는걸요.
이제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목자는 방금 사랑의 씨를 마음속에 심고 목자와 함께 높은 곳을 가려고 준비하는 작은 여목
자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의 외로운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도 그녀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겁쟁이가 새로운 이름에 합
당한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긴 과정이 따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목자
였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겁쟁이의 평범한 외모를 갑자기 변화시킨 발그레한 뺨과
빛나는 눈을 측은하고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제 집에 가서 떠날 준비를 하렴.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모든 것을 정돈하기만
하렴. 그리고 높은 곳을 가는 여정은 비밀이어야 하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곧 떠날
거야. 내가 너의 집에 가서 부르기만 하면 언제라도 날 따라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비밀
신호로 너의 집을 지나갈 때 목자의 노래 중 하나를 부르겠다. 그 노래에는 너에게 보내는
특별한 메시지가 들어 있을 거야. 그 노래를 듣는 즉시 우리만의 만남 장소로 오너라."

이미 붉게 빛나는 햇살을 뿌리며 해가 지고, 동쪽 산들은 연한 자줏빛과 회색빛 안개에 덮
여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목자는 양 떼를 우리로 몰고 갔다.

집을 향하는 겁쟁이의 가슴은 행복과 환희로 가득 찼다. 이제 다시는 겁나지 않을 것 같았
다. 그녀는 홀로 들판을 가로질러 돌아가면서, 목자들이 즐겨 부르는 옛 책의 노래 중 하나
를 불렀다. 이 노래가 지금처럼 달콤하고 자신에게 딱 어울린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사랑의 왕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가'라
이 세상의 어떤 기쁨도 왕의 기쁨에 비기지 못하리
그것에 비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니리
그 이름이 쏟은 향 기름 같으니
그의 모든 사랑하는 자들이 노래하네

나를 인도하소서. 내가 당신을 따라 달려가리라
당신은 내 마음으로 선택한 단 한 사람이라
아, 나를 당신의 궁전으로 인도하여
그 곳에 거하며 즐거워하게 하소서
아, 나의 왕이여, 거기서 당신과 함께 있으며
잔치하며 당신의 음성을 듣게 하소서

내가 더럽고 흠이 있지만
흘겨보지 말 것은
버림받은 나를 왕이 발견하여
그 사랑을 내게 두었음이라
나는 사랑으로 온전해지며
아름다우리라.

(아가 1: 1-6)


- 한나 허나드 저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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