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머리 위로 내려온 비둘기를 보고 믿었습니다. 제임스 휘태커는
갈매기를 보고 믿었습니다. 비둘기를 보내신 분이 갈매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임스 휘태커는 에디 릭켄백커가 지휘하는 B-17기에 탑승했던 엄선된 승무원 중 한 사람
이었습니다. 1942년 10월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 날 릭켄백커와 승무원들이 바다에서 실종
되었다는 보도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지고 통신이 두절된 채 태평양 상공 어디에선가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아홉 명의 생존자들은 세 개의 뗏목을 타고 한 달 간 표류했습니다. 그들은
태양과 폭풍우와 파도와 싸웠습니다. 3미터가 넘는 상어들이 자기들보다 작은 뗏목을 공격
하기도 했습니다. 8일이 지나자 먹어 치워서든 소금물에 훼손되어서든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그들이 생존한다면 기적일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기도가 끝난 뒤 릭켄백커는 뗏목에 머리를 기댄 채 모자를 덮어써서 눈을
가렸습니다. 그 때 새 한 마리가 그의 머리 위에 앉았습니다. 그는 모자 아래로 그 새를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눈이 그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갈매기
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릭켄백커는 그 갈매기를 잡아서 승무원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갈매기의 내장은 물고기를
잡는 미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생존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희망이나
도움의 손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표류하는 승무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것은
응답받은 기도에 관한 이야기이며, 미지의 세계로부터 먼 거리를 여행해 와서 자신의 생명을
희생 제물로 바친 한 방문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그 승무원들처럼 우리도 표류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들처럼 우리도 기도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 처음 보는 한 방문자의 결코 잊지 못할 희생으로
구조되지 않았습니까?

코린 슈윙크는 그 때 사고에서 생존하지 못한 유일한 승무원 알렉스 케시 마시크와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1985년, 슈윙크 부인은 고(故) 제임스 휘태커 부인이 자신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
었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를 슈윙크 부인은 내게 편지로 전해주었습니다. 그 편지에서 그녀는,
진정한 기적은 에디 릭켄백커의 머리 위에 앉았던 새가 아니라, 제임스 휘태커의 마음속에
일어난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의 가장 큰 사건은 승무원들의 구출이 아니라,
한 영혼의 구출이었던 것입니다.

제임스 휘태커는 불신자였습니다. 비행기 추락도 그의 불신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바다를
표류하며 죽음에 직면해서도 그는 자신의 영원한 운명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휘태커 부인은
오히려 승무원이었던 존 발탁이 계속해서 성경을 큰소리로 읽는 것에 대해 남편이 화가 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휘태커가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탁은 성경 읽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또 휘태커의 저항
은 말씀이 그의 영혼을 꿰뚫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휘태커의 마음
밭이 옥토로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갈매기가 릭켄백커 선장의 머리에 앉은 것은
어느 날 아침 성경읽기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 휘태커는 신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 편지를 읽으면서 혼자 미소를 지었습니다. 편지 때문이 아닙니다. 나는 그 편지에
쓰인 모든 말들을 믿습니다. 제임스 휘태커 때문에 웃은 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의 회개가
진정한 것이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표현이 허락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하나님 때문입니다.

이것은 전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까?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이처럼 극단
적인 상황까지 연출해야 한단 말입니까? 한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그 때 나머지 세계는 독일과 히틀러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신문은 머릿기사에서 루즈벨트와 처칠의 동향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온 지구가 자유를
위한 전쟁에 휘말려 있는데, 하늘의 아버지께서는 단 한 명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태평양에 비둘기 선교사를 파송하고 계셨습니다. 우리의 주의를 끌어 우리의 애정을 획득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1893년, 가톨릭 시인 프란시스 톰슨은 하나님을 '천국의 사냥개'로 묘사하였습니다.

나는 그분으로부터 도망쳤다. 밤과 낮 사이로
나는 그분으로부터 도망쳤다. 시간의 아치 아래로
나는 그분으로부터 도망쳤다. 내 마음의 미로 속으로 그리고 눈물 가운데로
나는 그분으로부터 도망쳐 숨었다. 계속되는 웃음 아래로
나는 희망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는 거대한 우울의 나락 속으로 빠져버렸다.


- <하나님의 음성 우리의 선택>(맥스 루카도, 요단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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