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정치를 결합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사람들은 분명히 옳은 말을 했다. 종교와 정치가
결합한 곳에서는 십자군, 종교 재판, 마녀 사냥, 착취 등 악한 시도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종교와 정치를 결합시키라"고 말씀하신다. 단, 둘을 결합하는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안전한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

삶을 종교 활동과 정치 활동, 혹은 신성한 영역과 세속적인 영역으로 분리하는 사고는
비성경적일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거나 종교가 정치를 이용
하는 사악한 시도들을 배제하면서, 아니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렴치한 방식으로 밀어내지
않으면서, 어떻게 진정한 연합을 이룰 수 있는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왜곡되고, 너무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도를 하나의 사적인
활동으로 치부하거나 정치적인 표어 정도로 들먹거리는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속하는
기도의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회복의 시작은 오래 전부터 만연했던 이기심을 극복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 일은 실상 여기저기에서 이미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다. 야스퍼스의 말대로 진정한 실재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며, 무엇보다도 외롭게 흩어져 있다. 그들은 모여서 기도
하기도 하지만 흩어져서 가정, 가게, 공장, 사무실, 운동장, 시청, 법정, 감옥, 거리, 공터,
백화점 등 어디에서든 기도한다. 그들은 자아의 끝없는 요구에 굴복하면 멸망에 이른다는 점을
잘 알기에 더 나은 정신과 더 나은 우정, 더 나은 결혼, 더 나은 공동체라는 완전한 실체를
다시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이 바로 "빛"이며 "누룩"이다. 빛은 소란하지 않으며,
누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빛과 누룩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빛과 누룩의 삶은 바로 하나님이
인간의 문명을 조명하고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위대한 수단이다. 이들의 기도는 국가 속에
존재하는 강력한 파괴력에 대항한다.

이들 중 어떤 사람들은 정치나 사회 활동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기도 하는 반면, 어떤 사람
들은 가망이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일하고 있다. 이들은 성령의 인도에
순종하고 그 인도에 따라 여러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시기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때로는
실제로 행동하려는 열정 때문에 기도의 열정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기도하는 신실한 사람들은 타인을 포용하며,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고 간구하면서 공동체
를 지탱하고 있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기도를 드린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잃고자 하는
자는 얻으리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자기 보존을 위해 기도하기도 하지만 애국심의
발로에서 기도하기도 한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고백하면서
하늘의 상급을 좇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좇는다고 해서 일상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
나지는 않는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진정서를 내고, 세금을
납입하며, 악한 일을 직시하고, 의로운 사람들을 격려하며, 비가 오면 흠뻑 젖고 꽃의 향기를
즐긴다. 그들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한다.


- <유진 피터슨의 기도 학교>(유진 피터슨, 죠이선교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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