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크랩 지음/요단출판사/357쪽/12,000원)

우리는 서로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가장 깨어진 상태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 깨어짐은 암 같이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이 아니다. 깨어짐은 표면 밑에, 내면 속에, 항상 거기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겉모습을 유지하는 한 은밀하게 숨어 있는 상태다. 우리는 너나없이 깨어진 모습으로 산다. 다만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 속에 있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려 할 때 제일 먼저 직면하는 끔찍한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는 갈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격의 배후에는, 심지어 남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조차도, 오직 공동체의 도움을 통해서만이 극복될 수 있는 영혼의 고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참된 공동체의 중심 과제는 벽이 무너지고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깨어짐을 받아들이고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안전한 곳을 창조하는 일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공동체는 참된 결속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하며 우리 영혼을 치유하는 도구로 쓰임 받는다.

참된 영성이 개발되려면 우리의 자연적인 기초는 무너져야 한다는 것이 사물의 이치다.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길은 없다. 아마도 그 때문에 때때로 하나님은 당혹스럽게도 우리의 꿈을 뒤흔들어 버리시거나, 적어도 흔들리도록 허용하시는 것이리라. 그분이 다스리시는 우주에는 종종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우리가 경험하게 되리라고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악몽과 같은 일들. 그리고 아무런 구제책도 없다. 때로는 몇 년 동안이나 그러한 상태가 지속된다.

당신은 영적인 메마름과 탐욕, 외로움, 분노가 줄어들기를 기대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더 행복해지며, 더 낙천적이고, 긴장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하고, 끝없는 분규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당신은 깊은 낙담에 빠진다. 당신의 이혼이 새로운 고통을 야기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미친 상태로 있거나, 자신의 감정을 마비시키거나, 미친 듯이 사는 것뿐이다. 더욱이 당신에게 암이라도 발견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아침마다 잠에서 깰 때 당신에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는 암에 걸렸어’ 혹은 ‘나을 수 있을까?’일 것이다. 구름은 언제나 햇빛을 가린다. 당신이 속한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다.

베드로처럼, 당신도 주님께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분은 말씀하신다. “그물을 내려 깊은 물 속으로 던져라.”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신은 이미 같은 호수에서 몇 번이나 시도했다. 물고기는 거기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이 발생할 때, 그리고 우리가 고통 속에서 부르짖을 때,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본성이 드러난다. 어떤 이들은 성급하게 말한다. “극복하시오! 푸념하지 마시오! 자신의 일로만 괴로워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시오!” 또한 오늘날의 일반적인 조류를 따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운셀링을 받으세요. 명상을 하세요. 당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세요. 영적 훈련을 하세요. 며칠이라도 멀리 떠나 보세요.”

이러한 사람들의 의도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기보다는 위협 당하거나, 압박을 받거나, 이상하게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당신을 탐색하거나, 뭔가 현명한 말을 해주려고 할 때 가장 괴로울 것이다. 이들의 돕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새 돕겠다는 요구로 바뀐다. 그것은 굉장한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아무 것도 해줄 게 없는 문제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한다. 우리는 영적 여정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없다. 조속히 모든 것이 나아지고 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하는 데 투자한다. 관계 개선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만족하고, 공감을 통해 고통을 덜어주는 데 주력한다. 우리의 중심 어딘가에는, 있는 모습 그대로 어두운 골짜기를 바라보지 못하는 결핍된 마음이 있다. 함께 문제를 나누는 것은 해결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훨씬 더 나은 관계를 경험할 영혼의 동반자를 찾기 위한 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영혼의 대화를 경험하는 장으로 초대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 모든 문제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하나님의 임재하심 속으로 나를 이끄소서. 그 밖의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이러한 외침은 참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당신의 갈망을 나타낸다. 당신이 갈망하는 것은, 당신과 대화를 나눌 때 그 가운데서 운행하시는 성령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의 공동체, 즉 안전한 곳이다. 당신이 갈망하는 것은 당신의 여정이 어디에 있든지 당신과 함께 있는 것에 관심이 있는 형제 자매들이다.

우리에겐 지친 순례자들을 위한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엉망진창이 된 관계 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우리의 실패를 인정하고, 우리의 갈등을 인식하고, 우리의 결함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그런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의자를 서로를 향해 돌리고 어떻게 대화할지 배워야 할 때다. 거식증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을 먹을 수 있게 하는 대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온전해지는 대화, 성중독자가 고결한 성욕을 가지도록 하는 대화, 지친 사람들이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 푸른 초장에 이르게 하는 대화, 스스로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하나님 앞에 서게 하는 대화를 배워야 한다.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피난처를 찾고, 서로를 격려하며, 굳이 다른 곳에서 도움을 구할 필요가 없는 공동체. 이 세상에서 살아 남는 오직 한 길은 우선적으로 영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는 것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세상은 이러한 공동체의 영향력에 달려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중에서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