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문의 좋지 않은 일을 끊는 첫 단계는 그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정체를 밝혀야 한다. 무시하고 쉬쉬해서는 끊을 수 없다. 저절로 풀리는 법은 없다. 게으르고 무절제하다거나 근심과 염려가 자신의 삶이 되어 버렸다면 변명은 답이 아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남들에게 무례하게 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스로 최면을 건다면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인정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성경은 말한다. “서로 죄를 고백하고 병 낫기를 위해 서로 기도하십시오.” 이 말씀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백하며, 아울러 함께 기도하면서 도와줄 좋은 친구를 찾으라는 뜻이다. 우리는 잘못을 어떻게든 감추려고만 할 때가 많다. ‘누구에게도 이 문제를 얘기할 수 없어. 나를 뭘로 보겠어? 난처한 상황에 빠질 게 분명해.’ 그러나 자존심을 접고 약점을 고백하고 도움을 구할 때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내 친구 로버트는 폭력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탓에 젊었을 때부터 마약을 입에 댔고 직접 팔기도 했다. 그는 폭력과 분노로 얼룩진 가문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 자기 파멸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러던 중 20대 중반에 예수님을 영접한 후로 목사가 되었다. 로버트의 뛰어난 지도력 덕분에 교회의 규모와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그는 존경받는 시민이 되어 전국을 돌며 놀라운 인생 변화의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로버트에게는 남모를 문제가 있었다. 툭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못된 성미였다. 하나님은 여러 가지 나쁜 습관과 중독, 마약, 알코올의 뿌리를 뽑아주셨으나 딱 하나 분노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집에서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가 발작했다. 사소한 문제로 길길이 날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폭언과 폭력으로 아내를 한없이 괴롭혔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마구 때렸다. 그렇게 한참을 미친 듯이 날뛴 뒤면 용서를 빌었고 남편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아내는 그때마다 넓은 가슴으로 품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여보, 도움을 좀 받아봅시다. 이 문제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해요.” “창피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나는 모범이 돼야 하는 목사라구. 그런 내가 이런 끔찍한 문제를 누구한테 얘기해?”

하지만 아내는 다시 용기를 내 말했다. “하지만 성경에서 잘못을 서로 고백해야 병이 낫는다고 하잖아요. 여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도와줄 친구나 조언자를 찾아봅시다. 함께 문제에 맞설 사람, 함께 기도하며 격려해줄 사람을 찾자구요.”

아내의 말이 참으로 옳았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꼭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주위의 존경을 받는다고 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로버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나쁜 중독은 다 끊어주신 하나님이 왜 유독 화 문제만 남겨두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순간에도 내면 깊은 곳에서 절규가 터져나왔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도대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사실 분노는 로버트 가문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화 문제는 다른 문제들과 달리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다행히 로버트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가 몇몇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가문의 저주에 맞서자 하나님이 완벽한 자유를 허락하셨다. 지금은 세상에 그만큼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아내도 인정한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하나님이 해결하시지 못하는 중독은 없다. 그분이 뚫지 못하는 견고한 진은 없다. 아무리 오래 시달려 왔어도 상관없다. 수없이 시도했다가 실패했어도 괜찮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도와줄 친구를 찾아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우리는 이 자유의지로 변화하기로 선택해야 한다. 새 지평을 열기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옳은 선택을 내릴 때마다 가계를 타고 내려온 나쁜 물줄기가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 부정적인 역사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악한 영들에 맞선 싸움이다. 당신을 가두고 있는 견고한 진을 깨뜨리라. 먼저 문제를 인정하고 겉으로 끄집어내 서로 고백하면서 극복할 때까지 격려하고 도우라. 그래야 하나님의 복 안에서 살 수 있다. 윗대로부터 이어온 부정적인 패턴을 깨뜨리고, 선하고 아름다운 새 패턴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 『잘되는 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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