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찰스 콜슨의 회심 이야기가 언론의 화제가 되었을 당시 나는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그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지에 실린 찰스 콜슨과의 인터뷰 기사 중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찰스의 대답은 내 시각을 바꿔놓았다. 기자가 물었다. “거듭나는 체험을 통해 과연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찰스가 대답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모든 관점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워싱턴이 진정한 권력의 중심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찰스 콜슨이 교도소 선교를 시작한 것은 국방부 기밀문서 불법 도용이라는 죄목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직후였지만, 처음 성령의 부르심을 의식하게 된 계기는, 보스톤에 있는 법률 사무실에서 탐 필립스를 만났을 때였다. 당시 탐은 레이데온 회사의 사장이었고 찰스 콜슨은 대통령 특별 법률 고문직을 사임하고 법조인으로 복귀했을 때였다. 탐은 전에 알던 탐 필립스가 아니었다. 무척이나 평온하고 온화해 보였다. 사업상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탐은 찰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는데 그 말에는 사심 없는 관심과 돕고 싶다는 진심이 배어 있었다. 결국 찰스는 탐에게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알려달라고 했고, 탐은 긴 말을 늘어놓는 대신 “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어요. 내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면 언제든 기꺼이 시간을 내 말씀드리죠.”라고 했다. 찰스는 탐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감지했고, 다음 번에는 그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탐과 만날 기회는 수개월이 흐른 뒤에야 찾아왔다. 찰스와 그의 아내가 휴가차 메인 주로 가는 길에 보스톤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그 참에 찰스는 혼자서 탐의 집을 찾아갔다. 탐처럼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그리스도를 영접했는지 찰스는 꼭 알고 싶었다. 탐과 그의 아내는 찰스를 반갑게 맞이했고 두 남자의 인사는 이내 긴 대화로 이어졌다.

“난 많은 것을 이루었죠.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웬일인지 마음 한구석은 늘 공허했고, 그 공허함이 채워지질 않더군요. 결국 너무도 갈급하고 절실한 심정으로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참석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죠.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내가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알았어요.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였죠. 난 한 번도 그분을 내 인생에 초대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찰스는 탐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하나같이 모호하고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탐은 성경과 C. S. 루이스의 책 <순전한 기독교>를 간간이 읽어주면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끝마칠 즈음 함께 기도하자는 탐의 말에 찰스는 당황했지만, 막상 탐이 기도를 시작하자 “마치 하나님이 옆에 앉아 계신 것처럼 하나님께 직접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무엇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기도가 끝나자 찰스는 이렇게 말했다.

“탐, 당신 얘기를 듣고 내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같은 결정을 내릴 준비가 아직은 안 된 것 같아요. 제게는 넘어야 할 지적 장애물들이 너무 많거든요.”

탐은 그의 말을 십분 이해했다. 이윽고 찰스는 탐의 집을 나와 차에 올랐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탐에게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견디지 못해 차에서 내려 다시 탐의 집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탐 부부는 거실의 불을 끄고 2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 탐의 집을 빠져 나오는 동안 찰스의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결국 찰스는 잠시 차를 세우고 흐느껴 울면서 그의 표현대로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음은 찰스 콜슨의 책 <백악관에서 감옥까지> 중 일부분이다.

그러고서 나는 생애 최초의 진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어떻게 당신을 만나야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꼭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당신께 제 자신을 바치겠습니다.” 더 이상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나는 그저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나를 받으십시오. 나를 받으십시오.” 내가 그리스도를 ‘영접’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그분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내 자신을 바치라고 다그쳐댔다. 내가 여전히 알지 못하는 그 무엇, 아니 그분에게.

이 책의 ‘해변의 별장에서’라는 장을 보면 탐과 대화를 나눈 후에 찰스의 행적을 알 수 있다. 찰스 부부는 메인 주로 가서 항구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머물렀다. 한가하게 휴가를 즐길 수도 있었지만 찰스는 탐과 나눈 대화를 잊을 수가 없었다. 찰스는 그의 아내와 결혼 후 처음으로 신앙과 믿음에 대해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을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성경과 루이스의 책을 꼼꼼하고 주의 깊게 읽고 심사숙고한 결과, 찰스는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아무 단서나 조건 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내 인생의 구주로 영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그러한 생각이 가중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다’는 말에 대해 차차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종교적 냄새가 나면서 신비감을 주는, 어찌 보면 광신도가 쓰는 말 같기도 하고 사람을 홀리는 주술 용어 같기도 했다. 하지만 ‘영접한다’는 말은 단순히 ‘믿는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마침내 금요일 아침이 되자 그다지 확신도 없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주 님,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접합니다. 제 삶 속에 오셔서 저를 받아주십시오.” 그 몇 마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음으로만 느껴지던 감정이 이제는 머릿속의 확신으로 다가왔다. 지난 몇 달간 내 안에 채워지지 않던 공허감을 하나님은 꼭대기까지 채워주셨다. 전혀 새로운 차원의 깨달음으로.

- 『내가 알지 못한 구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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