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에 비하면 진심으로 용서하는 편이 훨씬 쉽지요. 용서할 때는 어떻게 보면 상대방보다 위에 있는 셈인데, 사과할 적에는 자신을 완전히 낮추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그렇지만 실수했을 때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가 누구든지 그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일 겁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께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잊혀지지도 않는 그 날짜, 8월 31일. 출근 전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마사히데, 여름 방학 숙제는 다 했느냐?" "... 하나도 안 했는데요."

이 아들은 여름 방학 동안 숙제의 "숙" 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철없고 마음 편했던 때였지요.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시며 "어쨌든 오늘 하루 죽을힘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놔라" 하시고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이 아들은 그날도 밖으로 나가서 하루 종일 매미를 잡으러 다니며 놀았지요.

집에 돌아와서 그 사실을 아시고 아버지는, 그럴 법도 하지만, 불같이 화를 내시며 아들의 뺨을 때리셨습니다. 그러나 그때 아들은 맞을 만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지, 용서도 구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그것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 아버지는 얼굴에 시뻘겋게 열이 오른 채 아들을 계속 때리셨습니다.

그날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너무 세게 때리셔서 순식간에 얼굴이 부어올랐습니다. 그래도 아들은 용서를 빌지 않았고, 결국에는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얼마쯤 있다가 어머니가 나오셔서 아무 말 없이 얼굴에 연고를 발라주시고, 안으로 들여보내 주셨습니다.

그 다음 일요일, 웬일인지 아버지는 나를 이케부쿠로에 있는 세이부 백화점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장난감 파는 곳에서 블록 장난감도 사주시고, 맨 위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도 사주셨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레스토랑에서 먹은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 아버지가 지금 뭘 하고 계시는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밖에는.

몰랐지만, 그때 아버지는 사과를 하고 계신 거였습니다. 서투른 방법으로, 그러나 진심으로 아들에게 잘못을 빌고 계셨던 것입니다. 사과할 줄도 모르는 이 철부지 아들에게 말입니다.


- <인연을 엮는 엽서>(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 지음, 죠이선교회 출판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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