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십』(느낌이있는나무)중에서

팬티경영이란 조직이든 사람이든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군살을 걷어내라는 의미이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력투구하고, 일체의 허례허식을 사절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팬티경영은 이상주의보다는 철저한 현실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대한 모델로는 궁예보다 왕건 쪽이 훨씬 더 가깝다. 궁예는 신라 왕족 출신이기는 하나 정통 왕위 계승의 기회를 빼앗겨 맨손으로 제국을 건설해야 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을 신격화시킬 필요가 있었고, 백성들에게 미륵의 모습으로 군림함으로써 이상세계를 연출했다. 반면 왕건은 비록 왕족은 아니었으나 탄탄한 가업을 토대로 협상과 타협이라는 현실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실리를 추구하는 그의 인간경영은 백성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고, 휘하 장수를 부림에 있어서도 훌륭한 매개체가 되었다.

일례로 궁예는 행차시 금관을 쓰고 비단장식을 한 자신의 애마를 탔으며, 행렬 앞에는 일산과 연꽃을 받쳐든 사내와 계집아이들이 앞서도록 했고, 뒤로는 승려 200명이 범패를 부르면서 따르게 했다. 이에 반해 왕건은 견훤의 군대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간 안동전투가 끝나자, 신라를 접수하기 위해 경주로 떠날 때도 기병 50명만 데리고 갔다. 이러한 왕건의 처세와 전략은 말 그대로 팬티만 입은 격이다.

왕건의 실사구시 정신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각종 전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전투에서 왕건은 2~3천 정도의 정예군대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합동전략을 구사했다. 인해전술과 같은 우매한 정면돌파 전략은 극구 피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인명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요, 힘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왕건은 자신의 핵심역량(competency)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왕건이 보여준 핵심역량과 타잔의 팬티전략이다. 철저히 대비하는 자에게는 생존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질 것이며,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낙오라는 쓰라린 경험만이 남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김석우『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십』(느낌이있는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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