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르타는 노르망디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근처의 작은 도시 페캉의 호텔 주인에게 가볼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그가 내게 에트르타에 다녀왔냐고 물어보았을 정도다. 모리스 르블랑, 기 드 모파상, 빅토르 위고 같은 작가들이 에트르타의 매력에 빠졌고, 쿠르베와 모네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도 에트르타의 바닷가에서 그림을 즐겨 그렸다.

에트르타 유명세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특이한 해안 절벽이다. 마치 도넛 구멍처럼 뚫린 거대한 공백이 파도가 큰 주먹으로 쳐서 만들어놓은 것 같은, 에트르타의 명물 아발 절벽은 모파상이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처박은 형상”이라고 묘사했으며, 모리스 르블랑 원작의 『괴도 루팽』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기암성』의 무대이기도 하다. 아발 절벽의 반대편에는 아몽 절벽이 있다. 이곳에 올라가면 모네의 <에트르타, 아발의 수문, 항구를 떠나는 낚싯대>에 그려진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몽 절벽 정상에는 작은 교회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가 서 있다. 1854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2차 세계대전 중에 파괴되었다가 전쟁 후에 다시 건설되었다.

아몽 절벽의 정상 역시 아발 절벽과 같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다.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바다 쪽으로 난 풍경이 바뀐다. 왼쪽으로 보이는 아발 절벽의 모습도 흥미롭고, 아래쪽의 경치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는 아발 절벽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바위 아치도 보인다. 파도가 뚫어놓은 구멍은 위에서 보기에 겨우 눈에 뜨일 만큼 작다. 꽤 가파르지만 절벽 아래로 난 길도 있어서 조심해서 내려가다 보면 위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을 보게 된다. 파도와 바람에 깎인 거대한 바위들이 길게 어깨동무를 하고 늘어선 광경을 바로 옆에서 보노라면 갈매기가 되어 벼랑을 날아가는 기분도 든다.

가파른 계단을 걸어 다시 위로 올라오면 오른쪽에는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가히 최고의 청정목장이다. 노르망디는 목축업으로도 유명한데 사람 수보다 소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유럽의 아르헨티나쯤 되는 모양이다.

절벽에서 내려와 마을로 내려가면 중심부에는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가득하다. 주로 호텔과 식당들이다. 그중에는 고풍스런 외관의 시장도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 아래 몇몇 가게들이 들어섰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괴도 루팽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장소도 있다. 『기암성』의 무대가 된 에트르타인 만큼 모리스 르블랑이 살았던 집이 근처에 보존되어 있다. 그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쓴 영국의 코난 도일과 쌍벽을 이루는 작가다.

모리스 르블랑의 집은 현재 그를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꾸며졌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집은 뾰족한 지붕이 마치 기암성을 닮았다. 내부에는 그가 집필하던 방, 서재, 거실, 침실 등이 꾸며져 있고 소설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도 보존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1970년대에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방영된 영상도 상영한다. 에트르타를 사랑한 많은 화가들과 작가들을 생각하면서 스크린 속 에트르타의 풍경으로 들어가본다.

- 『인상파 그림여행』 중에서
(최상운 지음 / 소울메이트 / 333쪽 / 17,000원)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