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유명해서 두말할 필요 없는 곳 주펀()은 타이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본래 주펀은 산비탈에 9가구만이 살며 외부에서 물자를 조달해오면 9가구가 사이좋게 9등분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그러나 1920년대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모습이 바뀌었다. 비탈지고 좁은 골목마다 수많은 술집과 찻집, 극장이 들어섰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은 작은 상하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금광 채산성 악화로 화려했던 골드러시는 오래가지 않았고 사람들은 주펀을 떠나게 되었다. 화려함을 잃은 주펀은 시간이 멈춘 채 타이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목조 가옥이 그대로 남은 주펀의 독특한 풍경은 타이완 영화 <비정성시>의 무대가 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펀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타이완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또한 우리나라 SBS 드라마 <온 에어>의 촬영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펀은 마을을 동서로 이어주는 지산제(基山街)와 그 중간 즈음에서 위아래로 이어지는 수치루, 이 2개의 골목을 중심으로 관람하면 된다. 차들이 다니는 대로변 입구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옆 좁은 골목이 바로 지산제가 시작되는 곳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수치루 계단으로 이어진다. 주펀의 골목골목은 특색이 있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즐비하니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관람에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느낌 한마디
주펀이 광산마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산꼭대기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는 주펀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산골의 낭만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했다. 게다가 타이완 관광청을 비롯해 모든 여행 자료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치루 계단에 늘어선 홍등 풍경은 주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주펀 입구 버스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눈앞에 산과 바다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경치를 볼 때까지만 해도 그 환상은 여전했다.

그런데 지산제 입구에 가기도 전에 숨이 턱 막혔다. 아!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내가 기대하던 풍경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실망감이 찾아왔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하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라 버거웠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걷는 것에 적응하고 있었다. 특색 있는 가게를 발견하며 골목마다 즐비한 샤오츠(小吃, 주전부리)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소소한 재미로 넘쳐나는 골목길 여행에 푹 빠져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서히 어둠이 찾아든 수치루 계단에 홍등이 하나씩 밤을 밝히니 붉은 밤에 수줍게 취할 것만 같았다. 골드러시는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물처럼 밀려가버렸지만 또 다른 골드러시의 행렬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재진행형이다.

Tip.
평소에도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펀은 주말에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니 가급적이면 주말에 가는 것은 피하자. 주펀의 가게들은 저녁 6시 30분이면 서서히 문을 닫기 때문에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늦더라도 오후 4시에는 도착해야 한다. 수치루 야경을 생각하고 늦게 도착하면 정말 야경 하나만 보게 될 수도 있다. 편리하게 이동하려면 지산제 입구에서 수치루와 교차하는 골목까지 걸어간 다음, 수치루 위쪽을 돌아보고 내려와서 다시 지산제를 따라 직진해 전망대를 본 후, 골목을 따라 되돌아와서 수치루 아래 계단으로 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처음 타이완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중에서
(정해경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8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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