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이끄는 건 열정전 재산 80만 원. 부모님께 받은 용돈과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 것이었다. 처음 80만 원을 쥐고 세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모두 ‘미친놈’이라며 나무랐다. 객기라고 불러도 좋고, 열병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이미 열네 살에 나 홀로 전국 여행을 감행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었고, 한시도 여행의 열병이 나를 놓아준 적이 없었다. 그 이끌림 때문에 2006년 7월, 80만 원 달랑 쥐고 세계로 날았다. 하루에 1달러 이상 쓰지 않기『80만원으로 세계여행』은 젊은 혈기와 짠돌이 근성 하나로 365일간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온 스물셋 상근이의 여행담이다. ‘빚지고 떠나 괴롭게 여행하느니 직접 돈 벌어 당당하게 여행하리라.’ 그는 결심대로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4시간 자며 식당 서빙부터 대형 공연장 청소까지 불철주야 아르바이트에 매진하여 ‘경비 모으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하루에 1달러 이상 쓰지 않는 근성으로 120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고, 덤으로 현지인과 부대끼며 영어울렁증도 고치고 기초부터 탄탄히 어학 실력을 쌓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의 짠돌이 근성은 첫 여행지 인도부터 시작해서 안나푸르나, 유럽, 중동 등 지구별의 속살을 만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중동 전선 이상 무!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 단기 선교를 떠난 개신교 일행이 피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동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직접 다녀온 상근이는 중동에 대한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동에는 다양한 나라가 있고 몇몇 국가를 빼놓고는 대부분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유럽보다 더 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집트의 예로 관광지 주변에는 항상 경찰이 포진해 있고, 관광객들이 타는 열차에는 반드시 경찰이 동행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여행 위험 국가 지정을 받은 곳이 아닌 이슬람 국가들은 주의사항만 잘 숙지하고 간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는 중동을 다녀온 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웅장한 고대 유적도, 이슬람 성전도, 신념 강한 무슬림도 아니었다. 어디서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던 온정 넘치는 사람들과, 시원한 과일주스를 마시며 시샤(물담배)를 피운 것이 가장 잊히지 않는다고 그는 회상한다.
여행은 인생수업특히 인도에서는 힌두인, 유럽에서는 유러피언, 중동에서는 무슬림이 되겠다는 열린 생각으로 여행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색안경을 벗으면 여행은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인도를 통해서 가난할수록 여행하기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안나푸르나에 있는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에 다시 찾아오기를 소망했다. 돈을 아끼느라 물 한 병 제대로 마실 수 없었던 영국에서 그가 평소 그토록 보고 싶었던 ‘맘마미아’를 두 번이나 보면서 마음속 깊이 감동을 새길 수 있었고, 독일의 뮌헨에서는 1리터 맥주 한잔이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그는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히며 운이 따르기도 하고, 또는 어려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젊음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훗날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때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보고 듣고 만진 모든 것들이 훌륭한 나침반이 돼 줄 거라고 상근이는 말한다. 호기심 많은 한 소년이 세상에 대해 따뜻한 시선과 통찰을 겸비할 줄 아는 청년으로 거듭난 느낌이다.
-『80만원으로 세계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80쪽 / 12,000원)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