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고 난 후, 나는 오랫동안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사람들의 평판을 의식해 교회에도 가지 못했으며, 기도도 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멀리 계시고, 내 잘못 때문에 그분의 임재를 잃어버린 것 같은 슬픔이 나를 감쌌다. 나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수프를 한 숟가락 먹고 기절할 정도였다. 나는 그저 죽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지옥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그간 베푸셨던 모든 선한 것이 나의 그러한 마음으로 인해 퇴색해 버렸다. 그동안 해왔던 병자들을 위한 봉사나 구제 사업이 모두 나를 거부하고 나를 호되게 정죄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일반적인 죄보다 내가 했던 선한 일과 내가 품었던 악한 생각의 이중성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돌아보면, 이 시기 나의 영과 감각은 나를 무자비하게 부수고자 하셨던 하나님의 뜻으로 인해 많은 충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는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겪는 어떤 고통도 나의 고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점점 메마름과 상실감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즈음, 하나님께서 나를 이끌기 위해 연결해 주신 신부님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명료했다. “당신은 지금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절망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당신은 그 선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분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그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그들의 기도에 온전히 나를 맡겼고 애타게 구원을 갈망했다. 어느 길로 내게 구원이 다가올까 사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마침내 나 스스로는 도저히 안식이나 구원에 이를 선(善)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 나는 비밀스런 평온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아가 깨어지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새롭게 쌓이기 시작했다. 마치 나에게 부족했던 것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그분을 통해서 모두 소유한 것 같았다. 나는 내 연약함 안에서만 그분을 영광스럽게 해드릴 수 있었다. 그 연약함이 나로 하여금 구세주를 더 깊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점차 내 안에서 생명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선을 행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 회복되었고, 모든 것이 아주 자유롭고 평안해졌다. 이제는 아무리 선한 일을 해도 자아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 속에 차단 장치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큰 힘이 내 빈자리를 채우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 갈고리와 막대기로 인도하셨던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내 영혼이 하나님께로 나아가 그분과 완전히 하나로 연합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작은 한 방울의 물일지라도 바다로 흘러들면 그것은 바다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되듯이 말이다. 이것은 황홀경에 빠지는 순간적인 합일의 상태와는 전혀 달랐다. 황홀경과 같은 상태는 나중에 자아 고유의 기질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얼마 후 나는 신부님으로부터 다시 편지를 받았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 연약한 자를 택하시고, 주님 홀로 모든 일의 주관자가 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에 대해 큰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내용이 곁들여져 있었다. 나는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영 안에서 침묵했다. 내게 요구하시는 것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법까지 알려주시리라 믿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면 무엇이든지, 생명을 내놓아야 할지라도 그 말씀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다.

하나님은 내 자신의 비참함과 무능력을 깨달을수록 그분의 계획에 맞게 나를 만들어 가셨다. 다시금 나는 병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을 보살필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가장 절망적인 사람들을 치유하게 하셨다. 의사도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때 나를 통해 그들을 치유하셨다. 그리고 병에 걸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 지역에 병원을 세울 마음을 갖게 하셨고, 병을 앓고 있어도 생계 때문에 가족을 떠나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인들의 봉사회를 결성하도록 이끄셨다.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태복음 10:39). 주님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비로소 순전하게 하나님만의 것이 된 저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기적과 은사, 달란트만을 가장 은혜로운 것이고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한 사람이다. 만일 이런 것들에 마음을 뺏겨 제자리에 멈춰 서서 참된 안식이신 하나님께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에서 자기 생을 다 보내는가? 그리고 그 길의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자아가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하나님께 내적인 고뇌의 부름을 받았으면서도 죽지 못한 자아 안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 그러므로 자아의 죽음과 완전한 상실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하나님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항상 의지할 수 있는 것을 붙잡은 채 하나님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결코 자신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만으로 충만한 상태를 누리지 못한다.

- 『잔느 귀용의 순전한 사랑』 중에서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