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이 말하는 2020년의 유망직종을 미국의 US News and World Report라는 신문에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호텔고객 서비스업인 컴프시어지, 음악치료사, 결혼은 물론 이혼도 관리하는 커플 매니저, 노인병 전문영양사, 휴대형 전기 배터리를 개발하는 연료전지 기술자, 홈페이지를 내 얼굴처럼 만들어 주는 웹마스터 등입니다. 이런 직종 외에도 애니메이터, 메이크업아티스트, 여행설계사, 작업치료사,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미래에 유망하다고 합니다.

1964년도에는 우리 나라의 직업의 종류가 약 1,300개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12,400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어떤 직업은 뭘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어떤 직업은 “이런 일도 직업이 될 수 있나?”라고 할 것도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참 정확하게 봤습니다. 우리의 모든 직업, 모든 일들은 다 하나님의 ‘소명(vocation)’이라는 것입니다. 꼭 하나님이 불러 목사가 되게 하고 선교사로 파송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세속적 직업도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상에서 우리의 직업과 일 가운데 하나님께서 부탁하신 것을 느끼는 것을 ‘부르심(calling)’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사명(mission)’이라는 말은 라틴어 ‘보내다(sending)’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명 혹은 소명이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러 하나님의 일터로 보내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너희를 부르시는 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 그렇습니다. 부르심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가 살아 있다는 자체가 소명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부르심이 있는 곳에는 그분이 주시는 은사도 있기 마련입니다. 소명은 하나님과 함께 이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칼라일은 “직업이 나를 영화롭게 하지 못한다면 내가 나의 직업을 영화롭게 하겠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직업의 귀천이 점점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그간의 관념에서 천한 직업이라 하더라도 내가 영화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소명의식입니다. 물론 소명을 수행하려면 어려움과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명은 ‘지상 대명령(the Great Commission)이지 ’ ‘대제안(the Great Suggestion)’이 아닙니다. 소명을 발견하고 시행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명은 목숨을 다해 지킬 때 비로소 소명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생명이 담겨야 소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직업을 통해 생명이 창조되고, 감동을 주고,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를 보십시오. 도자기에 자신의 혼을 담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혼이 없으면 여지없이 깨버리고 맙니다. 혼은 생명입니다. 이걸 담아야 걸작품이 됩니다.

오래 전 미국 어느 지역 텔레비전에서 그 지역 한인 사업장의 광고 중 하나를 뽑아 상을 준 적이 있습니다. LA지역 한인타운에 ‘이태리안경’이란 안경점이 있었습니다. 그 안경점의 광고가 대상을 받았는데, 인기 있는 모델도 아닌 사장이 직접 나와 별로 유창하지도 않은 말로 “내가 아는 것은 안경밖에 없습니다”라고 한마디 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안경에 자신의 혼이 담겨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레고리 보이드는 『십자가와 칼』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명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이다. 그 소명은 백만 가지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지만,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죽기까지 헌신한다는 것입니다. 소명은 죽기까지 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명이 남아 있으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이 소명입니다.

중국 고사에 보면 탕 왕이 7년 동안의 한발로 기우제를 드리면서 이런 제문을 외웁니다. “임금이 부덕하여 정치에 과오가 있습니까? 백성들이 직업을 등한히 여깁니까? 궁궐이 너무 높습니까? 관리들이 뇌물을 받습니까? 백성들이 모략하고 중상합니까?” 직업을 등한히 하는 것이 하늘을 노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 시대는 백만 백수의 시대입니다. 직업이 없어 고통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시대적 아픔을 지도자에게만 탓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일부터 소중히 여겨봅시다. 목숨을 다해 지켜봅시다.

- 『말씀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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