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걸려 있는 친구의 다락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인데, 거기에 나타난 빛의 표현 방식에 홀딱 반한 나는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일 내가 17세기에 렘브란트의 자녀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작업실에 들어가 그 옆에 서 있을 수 있었다면? 그가 매일 이젤 앞에서 나에게 색채와 음영과 공간과 선에 대해 설명해 주고, 어느 시점에서는 내게 붓을 쥐어 주고 내 손을 잡은 다음 그 훌륭한 작품의 밑그림에 한 획이라도 그을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내가 렘브란트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예술가가 되었을까?

아마도 나에게 이러한 창조의 욕구가 있는 것은 나의 DNA 속에 그분의 창조 에너지가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명디자이너의 자녀다. 하나님은 매일 세상의 걸작에 그분의 영광을 가득 나타내시며, 자녀인 당신을 가까이 오라고 부르신다. 당신은 원할 때마다 그분의 작업실에 들어갈 수 있고, 가끔은 그분이 무슨 일을 하시며 왜 하시는지 설명해 주시는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지금부터 내가 말하려는 ‘친밀한 중보기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드리는 중보기도도 하나님이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창조의 욕구를 발산하라고 주신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나님은 이런 열망을 통해 거듭 우리를 그분께 가까이 이끄시고,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임 받는 기쁨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해 주실 뿐 아니라 우리가 이 창조적인 노력을 계속 함께할 때 가장 깊은 친밀감을 경험하게 해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보기도의 가장 큰 상급은 기도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러므로 ‘친밀한 중보기도’는 우리가 중보기도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핵심을 꿰뚫는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조용히 그분의 얼굴을 구하며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 가는 시간을 갖는 것과 중보기도가 만날 때, 역동적인 영적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조용히 그리스도와 교제하는 삶의 원천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기도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발 앞에 앉아 그분의 가르침을 받을 때 모든 것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게 되는데, 하나님의 심장은 이 세상 사람들을 향한 거룩한 열망으로 고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궁핍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 힘쓰는 것을 보고 너무 자신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나는 그 친구에게 주위에 확실히 도와야 할 사람 몇 명을 주력하여 돕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친구를 위해 한 말이었지만, 이 충고는 마치 내가 그 친구의 능력을 의심하는 말로 들렸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대화하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따로 만날 시간을 정했다.

나는 며칠 동안 이 문제로 고민했는데, 왜냐하면 내 말이 옳다고 생각했고, 내 동기도 옳았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 아침, 나는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묵상 도중 문득 하나님이 내 친구를 보시는 것처럼 나도 그 친구를 보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왔고, 그 즉시 성령께서 내 마음에 한 그림을 가득 채워 주셨다. 바로 자신의 귀한 보물인 향유 옥합을 깨뜨려 그 향기로운 기름으로 예수님의 발을 씻어주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음성이 내 안에서 들렸다. ‘그 아이는 보답을 생각지 않고 나에게 자신을 아낌없이 바친다. 이것이 내가 보는 그 아이의 모습이다.’

나는 나의 오만함을 깨달았다. 나는 내 친구가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생각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며 그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곧 나는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그토록 풍성하게 나눠준 그 친구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귀중한 중보기도 시간으로 이어져, 그 친구가 하는 일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 몇 시간 후 그 친구를 만났을 때, 나는 하나님이 내게 보여 주신 것을 모두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했다. 그 시간은 마치 거룩한 땅에 서 있는 듯했다.

짧은 기도 같은 단순한 행위가 일종의 우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 우주의 거대한 계획의 한 부분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믿기 어렵다. 그러나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중보기도는 바로 하나님의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분의 영광, 즉 그분의 인격의 본질과 속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우주를 만드셨다. 그런 다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을 만드셨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삼위일체 하나님만 알고 있던 영광스러운 신비를 함께 누리며 하나님과 친밀한 연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기쁨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지닌 자들이 대대로 땅에 충만해져서 마침내 지구는 마치 불타는 공처럼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빛날 것이다.

- 『친밀한 중보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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