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닝은 이런 시를 썼다. “이 땅에는 천국이 가득하고 모든 떨기나무는 하나님으로 불붙어 있다. 그러나 보는 자만이 신을 벗는다. 다른 이들은 둘러앉아 야생딸기나 따고 있다.”

신을 벗고 불붙은 떨기나무를 응시하며 거기 계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 내 본분이지만, 상황과 사람에 대해 불평하며 야생딸기나 따고 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경청기도를 훈련하면서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나는 내가 기도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경청기도란 내 생각과 감정을 가라앉히고 하나님께 시선을 집중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내 욕심, 내 소원, 내 필요에 집중해 있었다. 그러나 침묵기도를 통해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아 가면서 내 심령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좌절과 혼란에 빠졌더라도 나는 다시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제한된 시각에 갇히지 않고 더 높은 시각에 마음이 열리며, 그래서 기분대로 반사 작용하지 않고 인내의 지혜로 반응할 수 있다.

심령이 변화되면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일을 하는 수고를 하나님의 사랑의 임재를 즐기는 단순한 훈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아가페 사랑이 자란다. 훌륭한 야구선수들은 막후에서 훈련한다. 지켜보는 군중이 없을 때에도 날마다 타격 연습을 한다. 그 결과 타석에 올라 조명이 집중되도 스윙이 매끄럽고 안정감이 있다. 경청기도 훈련을 통해 하나님과 소통되면 하나님이 우리를 ‘막후에서’ 훈련하여 그분을 알고, 듣고, 따르게 하신다. 이제 역경의 조명이 집중되어도 우리는 과격한 폭발로 ‘실족할’ 소지가 적다.

나는 운전 중 경청기도 훈련을 하면서 운전 자세와 행동이 변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던 때만 해도 나는 딱지를 실제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이 받아 마땅했다. 첫 딱지를 받던 날 나는 경찰한테 소리지르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다. 그리고 10년 전 또 딱지를 받았을 때는 운전 중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시작한 직후였기에, 나는 딱지를 떼는 것이 마땅함을 알았고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그 후로 나는 제한속도대로 운전하고 보행자를 살피는 데 훨씬 더 부지런해졌다.

몇 달 전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려고 급히 학교로 가다가 나는 다시 걸렸다. 순찰차의 깜박이는 불빛이 보이는 순간 회개가 터져 나왔다. 수년간 아침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즐겼고, 지나가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토록 자주 위해서 기도해온 사람들을 내가 어찌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이 서서히 내 동기를 바꾸고 있었다. 나의 서두르는 목적이 앞에 가는 저 사람보다 절대 더 중요하지 않음을 내게 일깨운다. 이제 나는 단순히 딱지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을 아끼셨고 내게도 똑같이 하라고 명하셨음을 알기에 속도 규정을 지키고 싶다.

이러한 심령의 변화야말로 영성 계발의 핵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지는 그릇으로 변화된다.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에 붙들린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 성품과 인격을 변화시키신다. 기도는 요구하는 부분이 줄고, 점차 토기장이의 손에 진흙으로 놓여 하나님의 만드심과 빚으심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된다. 하나님을 사랑할수록 우리는 그분께 더 순종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정직하게 행동하고 희생적으로 베푼다. 하나님께 순종할수록 우리는 그분을 더 사랑한다. 사랑은 순종을 낳고 순종은 사랑을 낳아 마침내 둘이 하나가 된다!

장 피에르 드 코사드는 이렇게 썼다. “하나님께 자신을 열어놓은 사람들은 늘 신비로운 삶을 살며, 하나도 특이해 보이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럽고 우연 같은 경험들 속에서 비범한 기적의 선물을 받는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소중하며 풍요의 원천인 까닭이다. 자기 삶 속에서 벌어지는 가장 사소하고 가장 슬프고 가장 원통한 일들 속에서 하나님을 알아볼 줄 아는 영혼들은 모든 것을 기쁘고 즐겁게 똑같이 존중하며 남들이 겁내고 피하는 것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인다.”

그렇다. 경청기도는 이렇듯 삶 전체에 파고든다. 삶 전체에 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무시할 때 우리 영혼은 약해지고 우리는 창조된 본연의 모습에서 오그라든다. 경청기도의 삶을 고적하고 수동적인 특별한 어떤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경청의 삶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 살기 원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삶이다. 하나님의 음성에 따라 살기 원하는 컴퓨터 기술자, 영업사원, 가정주부, 대학생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는 내면적으로 강한 삶이다.
평안의 삶이다.
삶의 수정을 감수할 수 있는 삶이다.
잘 인도 받고 있음을 아는 삶이다.
그것은 점점 깊어지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가운데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 『경청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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