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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네슬레가 디마케팅(Demarketing)에 실패한 이유
(김민주 지음/미래의 창/2003년 11월/207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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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케팅(Demarketing)?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들의 상품을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두 디마케팅이다. 될 수 있으면 많이 사도록 소비자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 기업인데 오히려 사지 말라고 하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마케팅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의도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한국 네슬레는 윤리적 디마케팅으로 자신들이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한 좋은 사례를 남겼다. 한국 네슬레의 사례를 통해 디마케팅의 실체를 알아보자.

분유회사가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럴 수도 있는가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한국 네슬레는 지난 1981년 "네슬레 쎄레락"이란 이유식을 출시하면서 한국의 영·유아식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생후 6개월 이하 영아가 먹는 국내 조제분유 시장은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의 쟁쟁한 토종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국 네슬레는 2001년에서야 조제분유제품인 "난"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모유먹이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한국 네슬레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모유가 유아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므로 이를 적극 장려하고 지원한다."
"주부에게 조제분유를 잘못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
"대중에게 신생아용 조제분유를 광고하지 않는다."
"특수한 사회적 상황을 제외하고, 건강한 신생아를 대상으로 조제분유를 무료로 기부하지 않는다."

네슬레의 이같은 원칙은 디마케팅인 동시에 기업 이념을 준수한 공익적 마케팅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네슬레는 유아식 제품 겉포장에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은 모유입니다. 성장기용 조제식을 먹이기 전에 의사나 전문가와 상의하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판매했다. 어머니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정보를 제공하고,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이다. 그밖에도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판넬을 제작하여 소아과 병원에 비치하기도 하고 소아 담당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모유의 중요성에 관한 강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그러나 출생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업체들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가급적이면 자신들의 제품을 쓰지 말 것을 과감하게 홍보한 네슬레는 급기야 2003년 4월에는 조제분유 사업부분 포기를 선언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는 무엇보다 기존 업체들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경쟁력 때문이었다. 또한 네슬레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창립 이념의 일환으로 모유먹이기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국내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네슬레로서는 바로 이 원칙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없었으며, 모유 먹이기 운동 자체를 차별화되는 홍보 포인트로 이용하기에도 벌써 파스퇴르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에게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이미 다른 업체들이 공익 마케팅의 일환으로 모유먹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네슬레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잃은 셈이었다.

네슬레가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조제분유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다."는 기업 이념을 끝까지 고수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다만 한국 네슬레의 사례는 공익적 차원에서의 윤리경영의 바람직한 예로는 적당하지만 실패한 디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 네슬레 사례가 시사하는 첫 번째 것은 디마케팅을 시행할 때는 무엇보다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네슬레의 "모유먹이기 캠페인"은 해외에서는 선도적인 공익 운동으로 주목받아 회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경쟁업체에 비해 늦었기 때문에 그 주목성과 차별성이 많이 퇴색됐다. 디마케팅 전략은 무엇보도다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보다 빨리 시행할 때에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는 시장에서의 기업의 위상을 적절히 고려하여 디마케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1, 2위 업체의 경우는 디마케팅을 통해 더욱 자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발 주자의 경우에는 먼저 공격적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 나간 다음에, 디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네슬레의 경우 국내 시장을 이미 토종 기업들이 선점한 상황에서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익적인 디마케팅을 실시했는데, 이것은 경영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이러한 유의점이 항상 절대적으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금융권 경우에는 고객들의 반발을 피해보고자 가급적이면 다른 업체보다 늦게 디마케팅을 시행하려고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하고, 또 처음부터 초우량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의 경우에는 선두업체가 아니더라도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때에도 위의 일반적인 주의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면밀히 검토한 후에 적용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슬레의 모유먹이기 캠페인은 훌륭한 공직적 디마케팅의 표본임이 분명하다. 많은 기업들이 디마케팅을 시행하고 있거나 조만간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마케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은 몇몇에 불과할 정도로 이 전략은 까다롭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 『디마케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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