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친숙한 발효
발효시킨 음식과 음료수는 맛과 영양이 풍부하게 살아 있다. 그리고 그 향기와 맛은 참으로 강하고 독특하다. 오래 묵힌 치즈, 톡 쏘는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 초절임), 흙냄새가 물씬 나는 일본 된장, 우아하고 부드러운 포도주 등을 떠올려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오랫동안 이를 사랑해왔다.

채소와 과일, 우유, 생선, 육류 등은 쉽게 상한다. 이 때문에 인류는 제철 음식을 나중까지 먹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저장법을 개발해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발효다. 미생물이 음식을 발효시키는 동안 알코올이나 젖산, 아세트산 등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물질들은 영양소의 파괴를 막고 음식물의 부패를 막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을 살리는 발효
발효는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준다. 대두가 가장 좋은 예다. 단백질이 풍부한 이 멋진 식품은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효 과정을 거치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쉽게 소화되는 아미노산으로 바뀐다. 아시아에서 즐겨 먹는 된장이나 간장 같은 식품이 바로 대두 발효 식품이다.

우유도 쉽게 소화되지 않는 식품이다. 유제품을 비롯한 여러 발효식품에는 유산균이 들어 있다. 이 세균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락토오스를 소화하기 쉬운 유산으로 바꿔준다. 발효식품 중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품도 있다. 세포를 공격해 암을 만드는 물질인 ‘활성산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우리 몸을 살리는 발효는 어디에?
발효식품을 먹는 습관은 음식물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살아 있는 배양균을 직접 장으로 공급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다. 하지만 발효식품이라고 해서 배양균이 모두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의 특성상 살아 있는 배양균이 없는 경우도 있다. 빵의 경우 구워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효식품에는 배양균이 살아 있어 직접 먹을 수 있다. 특히 유산균이 들어 있는 음식에서는 배양균이 대부분 살아서 몸속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살아 있는 유산균을 먹는 방법이야말로 영양학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발효식품이라 하더라도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은 대부분 미생물이 죽는 온도까지 가열하는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식품에 붙어 있는 라벨을 꼼꼼히 봐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요구르트는 흔히 유산균 음료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발효 과정에 참여한 유산균들을 죽이는 저온 살균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다. 작은 글씨로 “살아 있는 유산균 포함”이라고 적힌 요구르트만이 진짜 유산균이 살아 있는 제품이다.

발효,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
발효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몸 안에 자연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장수국가의 경우 요구르트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즐겨 먹는다. 그리고 반갑게도 우리 주위에는 시중에 파는 발효식품 외에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사 먹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들어 먹어 더욱 건강한 생활을 해보도록 하자. 자연을 내 안에 불러오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생활의 시작이다.

새콤한 일본식 쌀겨 절임

필요한 도구 - 항아리 혹은 플라스틱 양동이 그리고 여기 안에 들어갈 접시, 물을 가득 담은 4ℓ짜리 단지나 지퍼백, 항아리를 덮을 천

재료(8ℓ 기준)
쌀겨 1kg, 해조류 10cm, 소금 90㎖, 된장 125㎖, 생강 뿌리 2.5cm(여러 조각으로 썰어 놓는다), 맥주나 청주 250㎖, 순무, 당근, 무, 배, 콩, 오이 같은 제철 채소 2~3개

방법
1. 냄비에 말린 겨를 넣고 향긋한 냄새가 날 때까지 볶는다. 타지 않도록 약한 불에서 자주 저어준다.
2. 끓인 물 25㎖에 해조류를 30분 정도 불린다.
3. 소금물을 만든다. 물 1.25ℓ에 소금 90㎖를 완전히 녹인다.
4. 소금물 1컵 정도에 된장을 넣어 완전히 풀어지게 한다. 완전히 섞이면 나머지 소금물을 넣고 저어준다. 여기에 맥주나 청주를 넣어도 된다.
5. 해조류 불린 물을 소금물에 섞는다.
6. 볶은 겨를 항아리에 담고 그 위에 해조류와 생강을 얹는다. 여기에 5를 붓고 겨가 뭉치지 않고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버무려준다.
7. 6에 채소들을 통째로 묻는다. 서로 맞닿지 않게 거리를 유지한다.
8. 덮개를 덮고 그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는다.
9. 다음 날 국물이 덮개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250㎖당 소금 15㎖를 섞은 소금물을 더 붓는다. 반면 소금물이 덮개 위로 2.5cm 이상 올라온 상태라면 국물을 약간 따라 버리거나 소금물 높이가 내려가도록 누르는 물체를 조금 더 가벼운 것으로 바꾼다.
10. 처음 며칠간은 매일같이 채소를 건져내고 새로운 채소를 집어넣는다. 겨가 이제 막 발효를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운 채소를 넣어주어야 유산균이 잘 자란다. 채소를 바꿔줄 때마다 겨를 잘 섞어준다. 채소를 건져낼 때는 항상 맛을 본다. 일단 맛을 보고 상태를 살펴보아라.
요리책에 따라서는 건져낸 채소를 버리라고도 하는데, 먹어도 무방하다. 묻어둔 채소가 새콤한 맛이 날 때까지 매일 갈아주되 채소에서 좋은 맛이 나면 그 뒤로는 오랫동안 그대로 두기만 하면 된다. 쌀겨 절임 속에 무를 넣고 30년 동안 발효하면 단무지가 된다.
11. 항아리에서 채소를 꺼낼 때는 손으로 꺼낸다. 채소에 겨가 묻어 나오면 손가락으로 말끔히
떼어내 다시 항아리에 넣는다.
12. 꺼낸 채소가 너무 짜면 물에 살짝 씻거나 담가둔다. 그런 다음 얇게 썰어서 먹는다.
채소에는 해초와 생강, 된장, 맥주나 청주 같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던 모든 향신료의 맛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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