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요시유키 지음/이태복 옮김/느낌이있는나무/2001년 11월/240쪽/8,000원)

2000년 3월 나는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그 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많은 어려움과 실수들이 따랐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일에 매달렸다. 그로 인해 친구, 가족, 건강, 그밖의 다른 모든 소중한 것들을 뒷전으로 미루어 놓은 채 오로지 일만 생각했다. 휴일에 집에 있어도 머리 속은 온통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옆에 있던 아내가 가만히 누워 있어도 내 머리 속에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집에 있으면 일에 대한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빠개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늙은 인디언의 예화를 읽고 그 인디언의 삶의 모습이 내 마음 속에 깊이 파고 들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내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멕시코로 휴가를 온 한 미국인 사업가가 해변 마을을 거닐다 부두에서 한 어부를 발견했다. 어부는 갓 잡아올린 싱싱한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사업가는 어부에게 얼마 동안 작업해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았는지 물었다. "글쎄요. 몇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좀더 작업하지 않았나요?" 어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 이만큼만 해도 제 가족이 먹고살 만큼 충분한 돈을 벌죠. 더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가적 기질이 발동한 미국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남는 시간에는 뭘하고 지냅니까?" "남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놀거나, 친구들과 술도 한 잔 기울이기곤 하죠. 전 이 생활에 만족한답니다."

사업가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하버드에서 MBA 과정을 마친 사업가입니다. 자, 한번 봅시다. 당신은 고기 잡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조업시간을 늘이면 고기를 더 많이 잡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좀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지나면 여러 대의 배를 소유하게 되고 선주가 되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면 아마 통조림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겁니다. 사업이 확장되면 아마도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맨해튼에 저택을 짓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어부는 곰곰이 생각한 뒤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사업가는 한참 동안 계산기를 두드렸다. "15년이나 20년 뒤면 가능하겠군요." "그런데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죠?" 사업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백만장자가 되겠지요." "백만장자라구요?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당신이 원한다면 퇴직을 해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요. 당신과 당신 가족들만을 위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작은 해변에 그림 같은 별장을 짓고, 당신의 노후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제 생각에 저는 그 15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전 지금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이 예화를 읽는 순간 나는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내가 바로 이 예화 속의 사업가였다. 일을 통해 성취하고자 했던 것을 위해 나는 다른 소중한 것들을 희생해왔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과 성과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해야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쉽사리 감염되고 마는 "정상을 향한 열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여전히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 만큼의 물고기만 잡으며 삶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그 어부처럼.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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