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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는 예술이다 - 협력업체와 한 몸이 되라
(김성홍 외 지음/김영사/2003년 12월/258쪽/12,000원)

최근 쓰레기 만두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 중소업체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를 수거, 비위생적으로 세척, 가공하여 만두소를 만든 후 국내산으로 속여 유명업체에 공급했고 학교급식, 군납, 대형할인마트 등을 통해 전국에 유통되었다. 그리고 그 만두소를 납품했던 회사의 사장이 투신자살하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데는 불량 만두소 납품업체와 지도감독기관인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사실상 그러한 재료나 제품을 납품 받아 시중에 유통한 유명 기업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유통 및 제조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종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경우 무엇보다도 투철한 기업윤리로 고객 서비스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 소비자나 고객들은 최종 제품의 공급자인 그 기업의 브랜드와 기업윤리를 신뢰함으로써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므로 기업은 마땅히 고객들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원재료와 부품들로 만들어진 최종 제품의 공급에 있어서 일체의 불량이나 하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업체들이 납품하는 재료나 부품이 결국 자사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무리한 납품가 인하보다는 협력업체와 하나가 되어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기업인들이 "협력업체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철학을 가슴에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삼성의 품질과 경쟁력은 협력업체들이 납품하는 부품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협력업체와 한 몸이 되고 구매를 예술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이건희 회장의 철학이야말로 오늘날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1989년 11월 11일 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 관계사들과 거래하는 협력회사의 대표들이 서울 삼성 본관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 회장과 협력회사 대표들 간의 오찬을 겸한 상견례 자리였다. 그룹 총수가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이례적이어서인지 7, 8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식사 도중 이 회장이 옆자리의 박재범 대성전기 회장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회장님은 무슨 차를 타십니까?"

순간 박 회장은 당황했다. 당시로서는 최고급 승용차인 그랜저 3.0이었지만 이상하다고 느낀 박 회장은 한 단계 낮춰 대답했다. 이 회장은 이어서 "우리 회사에 오시면 주차는 어디에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박 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저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이 같은 이 회장의 질문을 받은 박 회장은 처음에 그저 생활 수준을 묻는, 지나가는 질문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회장이 식사 도중에 "협력회사 사장님들이 최고급 승용차를 타야 하고, 삼성에 들어오면 그 회사 사장 차 옆에 주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준비하려면 삼성의 중역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개발실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협력회사에 대한 삼성의 전면적인 정책 수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시는 협력회사들이 하청업체, 납품업체라고 불리며 "을(乙)"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삼성의 정책 수정으로 협력회사 대표들에게 삼성 상시 출입이 가능한 "프리패스"가 주어졌다.

이날 이 회장이 언급한 "최고급 승용차"의 구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메시지였다. 그룹의 대다수 업종이 협력회사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조립양산업인데 협력회사를 키우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었다.

- 『이건희 개혁 10년』 중에서


자동차업계의 신화이자 무한성장을 하고 있는 도요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도요타는 협력업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들에게 정확한 원가 관련 자료들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낮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품에 대한 원가를 파악한 뒤 함께 노력하여 원가를 줄이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함이었다. 도요타는 협력업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의향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도요타는 매년 공급업체들과 정례회의를 갖고 공급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최고 업체에 공로상을 수여한다. 이 행사에서 도요타는 미래의 도전을 어떻게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협력업체들과 의견을 나눈다.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경쟁시대에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항상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이나 도요타와 같은 세계 초일류기업이 이렇게 군소 협력업체들과 한 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최종제품이 수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부품 하나하나가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를 포함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부문의 관련자들의 조화된 노력이 절실하다. 만두소를 납품받는 기업들이 협력업 체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지원하고 지도하여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고자 노력했다면 작금의 위기와 비극은 사전에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이러한 실패를 거울 삼아 모든 기업들이 협력업체들과 한 몸이 되어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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