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inc Dodd & Ken Favaro 지음 / JOSSEY - BASS / 250쪽)

최근 지방단체인 S시에서 지식컨텐츠 도입을 위한 입찰이 있었다. 이 지자체가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도입한 컨텐츠를 영어사전이라고 비유해보자. S시는 입찰자격 조건으로 2,000 단어 이상을 수록한 영어사전이라고 명시했다. A사의 영어사전은 A부터 Z까지 3,100 단어를 수록하고, B사의 것은 일부 철자(L, K)가 빠진 채 2,100 단어가 수록되어 있었다. 입찰 결과는 낮은 가격을 써낸 B사에게로 낙찰되었다. 이러한 입찰제도의 근본 취지는 좋은 제품을 최저 비용으로 구매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비용과 품질 사이에서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어 결과적으로는 저질의 제품을 고가로 구입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기업 역시 품질과 가격 간의 트레이드오프에 직면할 때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마라콘 어소시에이츠의 컨설턴트들인 도미닉 도드와 켄 파바로가 공동으로 저술한 『3가지 긴장 The Three Tensions』은 기업들이 경영현장에서 항상 직면하게 되는 세 가지 트레이드오프-수익성 대(對) 성장, 단기 대 장기, 부분 대 전체-에서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업부를 맡고 있는 많은 부서장들이 사업부의 수익성 증대 아니면 매출 증대, 둘 중 한 가지만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진은 그들에게 인류가 먼 옛날 진흙 움막에 살 때 빛과 따뜻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시기를 상기시켜준다. 캄캄한 움막 안에서 한쪽에 구멍을 뚫으면 햇볕이 들어와 환해지기는 하지만 춥다. 그래서 그 구멍을 막으면 따뜻해지기는 하지만 어두워진다. 그러나 유리가 발명되어 춥지 않고도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이 딜레마는 해결되었다. 경영진은 이 예화를 들며 사업부 부서장에게 묻는다. “자네는 매출 신장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익 증대를 포기할 것인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겠나? 유리는 어디에 있지?”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여러 가지 상충하는 목표들을 어떻게 동시에 달성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상충하는 목표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음 세 가지이다. 즉 수익 대 성장, 단기 대 장기, 부분 대 전체. 이 세 가지 긴장(tensions) 관계 각각에 대해 회사는 종종 어느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성장이 타격을 입는다. 내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오늘의 성과를 등한히 하게 되고 때로는 오늘 당장의 수익을 짜내기 위해 내일의 수익을 포기하기도 한다. 또한 개별 부문의 자율성과 발전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전체의 조화가 침식당하고 전체의 통일성에 중점을 두다 보면 개별 부문의 성과가 방해받기도 한다.

실제로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지난 20년 동안 제너럴 모터스(GM)가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들 사이에서 얼마나 방황했는지를 살펴보자. 1980년대 GM은 미래를 위해 8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그 결과 1984-1990년 기간 동안 매년 6∼7%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1년 수익성이 +1.2%에서 -7.8% 곤두박질쳤고 1992년에는 도산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러자 GM 이사회는 새로운 CEO를 영입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성장을 중단하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자 1999년 GM의 수익성은 +2.5%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GM은 1999년까지 시장점유율이 매년 평균 4%씩 하락했다. GM은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할인 정책을 실시하며 성장 위주로 선회했다. 그 결과 2000년에는 매출 신장율이 +6.5%로 회복되었지만 2001년에 수익성은 다시 -1.4%로 떨어졌다.

위대한 기업들은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수익성이 수반된 성장, 내일을 위한 준비와 함께 오늘의 수익 확보,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개별 부문 등의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낸다. 움막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빛과 따뜻함-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준 공통의 연결 고리는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인 유리였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직면하는 상충되는 목표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공통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익성과 성장을 공통으로 연결해주는 고리는 ‘고객 만족’이다. 매출 관리와 비용 관리가 고객 만족 증대에 뿌리를 둔다면 수익성과 성장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오늘의 성과와 내일의 성과를 연결하는 고리는 ‘지속가능한 수익’에서 찾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수익이란 반복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지속가능한 수익의 증대를 염두에 두고 오늘의 성과와 내일의 성과를 계획한다면 단기와 장기의 불필요한 선택을 피할 수 있다.

외견상으로 보면 성장과 수익성과 같은 서로 상충되는 목표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 이외에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창의적 사고로 두 목표들 간의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 최근 퇴임한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은 이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성장과 건전성이라는, 은행이 당면한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 앞에서 그는 창의적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감동시킨다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 결국 경영자의 최우선 과업은 서로 상충되는 목표들 사이에서 하나를 희생하고 하나를 선택하는 중재자의 역할이 아니라 상충되는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위의 S시의 입찰 사례에서도 차라리 S시가 산정한 예산금액을 공시하고 그 금액에 얼마나 좋은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입찰했다면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 비용과 품질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인류가 유리를 통해 빛과 따뜻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이 창의적 사고로 주요한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11 12 13 14 15 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