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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벽
 저자 : 이청준
 출판사 : -
 출판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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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벽(이청준문학전집)
저자 : 이청준 / 출판사 : 열림원
교보문고  BCMall     

 
참기름 한 되를 다 마신 이청준과 그의 가난을 알아준 김현
이청준의 작품을 해독함에 있어 가장 탁월했던 문학평론가 김현은 자신의 저서《문학과 유토피아》에서 "근 20여 년을 사귀어 오면서도 나는 그(이청준)가 그의 글 속에 피력한 과거 외에는 그의 과거를 거의 모른다."고 절망적으로 실토한다. 작가 이청준은 그만큼 자기 개인사를 비밀에 부친다. 작가는 자기 개인사를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작가일 수 있다는 생각은 작품만이 전부라는 문학관, 즉 작품 제일주의나 작품 최우선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작품 속에 자신의 과거와 의식을 숨기는 작가와 그 작품들의 곳곳을 뒤져 작가의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평론가. 이청준과 김현의 관계는 작품을 드나드는 숨바꼭질이나 보물찾기에 비견될 만하다.
한 번의 반칙을 통해 김현은 '가난에 대한 부끄러움의 인식'이라는 이청준의 글쓰기의 기원을 찾고, 공개한다. 김현이 이청준과의 암묵적 규칙까지 깨고 소설 작품이 아닌《작가의 작은 손》이라는 산문집에서 이끌어낸 근거는 이청준의 지독했던 가난을 시사해 주는 대학시절 이야기다.
"자취를 하고 있던 그(이청준)가 너무나 먹을 것이 없어 어느날 그의 친구에게 부쳐온 참기름 한 되를 그것이 깨를 짠 것이니 영양가가 많으리라 내리 짐작하고 다 마셔버렸다. 그는 며칠 동안 죽을 듯한 설사를 계속하였다. 그 가난이 그로 하여금 가난놀이를 증오하게 만든다. 그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진짜 가난한 사람은 가난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 얘기하지 못한다는 체험의 중요성인 것이다." 작품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있다. 1977년 작 〈눈길〉을 보면 가난에 대한 작가의 원죄의식이 품격 높게 나타나 있다. 집안이 가난해 도시에서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가며 중학교를 다니던 주인공 소년은 집안이 송두리째 망해, 살던 집마저 팔리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풍문을 듣고 고향을 찾는다. 마을에 들어서니 모든 것이 그대로이고 어머니는 예전처럼 집에서 달려나와 소년을 맞는다. 어머니에게 이끌려 들어간 방안도 평소와 다름없는 그대로다. 이튿날 새벽 아들이 도시로 떠날 때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눈길을 밟으며 차부까지 바래다준다. 아들을 보내고 어머니는 아들이 남긴 눈 발자국을 되짚어 마을로 되돌아오면서 "내 아들아, 부디 복 많이 받아라."라고 주문처럼 외우나 마을 입구에 와서는 눈 위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의 눈부심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사실은 이미 팔린 집이었지만 어머니가 집주인에게 사정하여 아들에겐 집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여 주었던 것. 어머니는 가난이 스스로의 숙명적 허물인 것만 같이 여겨져 아침 햇살에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소설은 이청준의 '가난한 어머니와 고향'에 의해서 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호가 '미백(未白)'이라 지어졌을 정도로 노모보다도 머리가 센 이청준은 자신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어린시절 잘 못 먹고 컸기 때문이라고 농을 하기도 한다.
가난은 몰랐으나 이청준의 거울(자의식)은 될 수 있었던, 이청준찾기의 선수 김현은 1990년 타계했다. 이청준은 남몰래 통곡했을지 모른다. 그 슬픔이 또 어느 작품에선가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작가, 혹은 인간 본연의 본능을 생각해 볼 때 결국은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비밀이다. 이청준이 밝히기를 꺼리지도 않은 바에 의하면 글쓰기는 그에게 자기 구제의 몸짓이라고 한다. 인생이 주는 지극한 슬픔도 그를 통해 해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짓불로 정신적 곤욕을 치른 섬세한 소설가
이청준은 1939년 8월 9일 전남 장흥군 대덕면 진목리에서 태어났다(현 회진면 진목리로 행정구역 개편). 유년기 막내동생과 맏형과 아버지의 잇따른 죽음이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열 살에 뒤늦게 대덕동초등학교에 입학한 작가는 2, 3학년 무렵부터 맏형이 남긴 소설읽기에 열중한다. 1950년 가을에는 그 유명한 '전짓불'을 체험한다. 광주의 서중학교를 거쳐 광주일고에 입학, 고3 때 문학으로의 진학을 결심한다. 이유는 문학의 세계가 잔인하고 부도덕한 일면적 현실과는 달리 그에게 전면적인 진실을 열어줄 거라고 막연히 느꼈기 때문이다. 문우 김승옥과는 고등학교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다. 1960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에 입학해 대학 초년기에 4·19와 5·16을 겪는다. 대학시절, 토마스 만을 애독하였으며, 군복무 후 대학에 복학하여 거처가 마땅치 않아, 밤이면 학교강의실에 몰래 숨어들어가 자곤 했는데 이때 역시 수위가 휘두르던 전짓불 때문에 상당한 정신적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1965년《사상계》신인문학상에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한다. 이것은 친구의 죽음이 동기가 되어 씌어졌으며 이 작품 이전에 숱하게 작품공모에 응모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1966년 졸업과 동시에 〈사상계〉사에 입사한다. 같은 해 하나 남은 형이 사망하는데, 장례비 등의 문제로 돈이 없어 곤경에 처했다가 우연히 소설가 박태순에게 온 원고청탁을 넘겨받아 그것을 써서 위기를 해결한다. 그때의 작품이 〈병신과 머저리〉다. 1974년 〈당신들의 천국〉이 착수된다. 여기서 주인공 조백헌 대령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현재 강원도 정선에서 진폐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 글의 배경에는 1970년대의 억압적인 독재정치가 있었노라고 후에 작가는 회고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현재 작가는 정치소설의 집필을 꿈꾸는데 그 목적은 권력의 정체를 보다 섬세하고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그 전에 그 의미가 상당히 우회되어 있긴 하지만, 〈소문의 벽〉, 〈당신들의 천국〉, 〈시간의 문〉까지도 그 계열의 단초로서 볼 수 있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나'(한 종합지의 편집장)는 귀가길에 자신이 쫓기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한 남자의 구조요청을 받는다. 취중에 나는 그를 나의 하숙방에서 하룻밤 재워주며 잠을 자면서도 계속 전깃불을 켜놓는 그의 이상한 버릇을 경험한다. 이튿날 그는 내가 잠이 깨기 전에 사라지고 나는 그가 간밤에 집 근처의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박준일'이라는 환자임을 알아내는데 그의 정체는 바로 소설가 '박준'이었다. 이후 그의 소설들과 담당정신의 등 주변인물,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들을 접하면서 전짓불 등 그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이해한다. 박준은 자신의 진술에 대한 편협한 평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현실도피처로 정신병원을 찾아갔지만, 오히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정신치료가 진행되면서 실제로 정신이상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음을 감지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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