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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숙한 밤의 포옹
 저자 : 서기원
 출판사 : -
 출판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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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생활과 작가 생활의 병행

1972년 한 시사잡지에서는 지식인 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의 내용은 당시 '가장 기대되는 작가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이미 문단엔 김동리와 황순원 같은 중견 작가들이 있었고, 전업작가로서 활동하는 많은 소설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설문조사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서기원이 '기대되는 작가 1위'에 뽑혔다. 그만큼 그는 당시 지식인들에게(한정적인 소수이긴 하지만) 언론인으로서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점유한 사람이었다. 서기원은 작가로서 흔치 않게 KBS 언론사 사장을 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런 이력이 말해주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문학보다 생활이 우선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의 작품 세계가 현실 고발적이고 리얼리즘적인 면모를 띠는 것은 생활을 우선시하는 그의 세계관과 관계가 깊다.

서기원은 193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48년 경복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상대에 입학했다. 그는 공군소위로 임관했는데 그가 임관한 1951년은 육이오 전쟁이 한참 진행 중이던 때였다. 그는 22세의 나이로 임관하여 실제 전투를 경험했다. 이때 겪은 전쟁 체험은 그의 초기 소설을 이루는 모태가 되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1955년 공군 대위로 제대했다. 그리고 서울대 상대를 중퇴하고 동화통신사 기자로 취직함으로써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대통령의 공보수속비서관과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하고, 1990년부터는 KBS 사장을 역임하면서 언론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서기원이 언론인 생활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한 것은 1956년 단편소설〈안락사론〉,〈암사지도〉로《현대문학》에 추천되면서 부터다. 그가 기자로 취직한 것이 1955년이므로 작가가 된 것은 언론인 활동을 시작한 이듬해이다.

서기원은 청와대 대변인과 KBS 사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작가적인 역량도 뛰어나 작품활동 초기부터 기대와 촉망을 받았다. 그는 1960년〈오늘과 내일〉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받았으며〈이 성숙한 밤의 포옹〉으로 1961년 동인문학상 후보상을 수상했다.

언론인 생활과 작가 생활을 병행한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현실을 지식인적인 시각에서 비판하는 작품 세계에 주력했다.


전후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한국 현대사의 정치현실을 풍자한 작품세계

1956년 〈안락사론〉과 〈암사지도〉로 작품활동을 한 서기원의 작품세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1960년대 전반 이전은 주로 '전후 소설'의 세계이고 1960년대 중반 이후는 '풍자소설'과 '역사소설'의 세계이다.

서기원이 작품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 당시의 사회 전반에는 경제적 궁핍과 도덕성의 악화가 만연했 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서 사회를 바로잡고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서기원의 소설을 포함하여 1950년대에 발표된 많은 소설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회의 결핍상을 고발하는 경향이 우세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서기원의 작품이 특징적인 것은 그의 작품에는 '고발'과 함께 '책임의식'도 문제되어 있으며 그것이 일정한 시대적 공감을 얻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유명한 수상작품들인〈잉태기〉나 〈이 성숙한 밤의 포옹〉 등 많은 작품들에는 혼란과 부조리한 삶에 처해 있지만 현실을 극복하고 지향점을 찾으려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서기원은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낙후한 전후 현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다.〈암사지도〉는 군대생활을 같이 한 법대생 상덕과 미대생 형남과 상덕과 동거하던 최윤주와 세 사람의 비정상적인 관계맺음을 그린 소설이다. 교전지역에서 전투정보원 박병렬이 노인을 구출해 탈출하는 사건을 다룬 〈오늘과 내일〉, 전쟁의 살벌함을 견디지 못하는 나의 심리를 형상화한〈이 성숙한 밤의 포옹〉, 육이오 전란을 구체적으로 다룬〈전야제〉등은 이 무렵의 소설들이다.

서기원은 육이오의 후유증을 해부하고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소설을 창작하는 데에 주력했다. 거의 대부분의 초기 소설에 나타나는 전쟁 상황은 작가가 육이오 당시 소위로 임관하여 전투에 참여했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서기원은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풍자소설과 역사소설을 창작했다. 그는 풍자소설을 통해 산업화 되어가는 사회의 속악한 모습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했다. 소시민적 삶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세태를 묘사하며 우매한 인물을 등장시켜 부도덕한 행위가 자행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세계를 보여 주었다.〈오산〉,〈이유〉,〈아리랑〉등은 정치 사찰을 소재로 해서 일상 속에 잠재해 있는 냉전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작품들이다.

서기원은 이들 작품을 통해 맹목적 반공의식에 빠진 소시민의 우매함을 풍자했다. 다섯 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마록열전〉은 풍자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서 물질만능의 사고와 무력한 소시민의 일상, 냉전 이데올로기의 위력 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후기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사소설이다. 서기원은 역사를 바탕으로 민족의 근대사를 탐구하고자 했다. 그는 역사소설에서 단순히 역사를 허구화하는 것을 뛰어넘어 작가 개인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당대의 정치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하였다.〈혁명〉은 갑오농민전쟁을 기록한 역사소설이며,〈김옥균〉은 구한말, 갑신정변 당시의 열악한 사회현실을 그린 소설이다.〈조선백자 마리아상〉은 조선시대에 가톨릭이 유입되는 과정을 그린 역사소설이다.〈왕조의 제단〉은 조광조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조광조는 역사적 인물로서 학문적인 면에서나 행동적인 면에서 유교의 가르침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적인 인물이다. 조광조는 유명한 주초위왕(走肖爲王-조씨가 왕이 된다)이라는 사화의 주인공이다. 조선의 정치현실을 개혁하고자 하였으나 좌절당하고 말았던 조광조라는 인물을 소설화한 이면에는 서기원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바탕에 깔려 있으며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들어 있다.

전후소설, 풍자소설, 역사소설이라는 상이한 세 가지 경향의 소설들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전후소설에서는 지식인 주인공의 입을 통해 전후의 피폐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고발한다. 풍자소설, 역사소설에서는 우회적인 수법을 통해 현실을 완곡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일련의 소설들은 "작가는 사회 혹은 현실로부터 고립될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라는 작가 자신의 굳건한 신념에서 태어난 각고의 산물이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시간적 배경은 육이오 전쟁 중이다. 나는 애인 상희가 폐병으로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탈영한다. 사흘 동안 산을 넘어오는 도중에 나는 한 여자를 만나서 겁탈하고 탈영이 들통날까 봐 그 여자를 죽인다. 나는 기차를 타고 도시에 도착한다. 그러나 상희의 집 앞에서 배회하면서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상희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창가에서 하룻밤 묵는다. 사창가에서 묵은 다음날 아침에 나는 옆방에서 밤을 지낸 선구라는 남자와 해장술을 마시며 친구가 된다. 그리고 선구의 집을 은신처로 삼는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용기를 내어 상희를 찾아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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