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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촌장 기행

저자 : 김주영

출판사 : -

출판년도 :

객주 1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아라리 난장 1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문이당

외촌장 기행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문이당

홍어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문이당

화척 1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문이당

활빈도 1

저자 : 김주영 / 출판사 : 문이당

가난과 장터 거리의 문제아로 자라난 어린 시절
조선 후기, 상업의 발달로 시장이 대규모화되는 가운데 그 장거리의 주인공이었던 보부상들의 삶을 전국의 장터를 직접 돌며 취재한 자료와 문헌고증을 통하여 구수한 입담과 정확한 현장적 생동감으로 재현한 대하소설 『객주』의 작가이자 칠성사이다 CF에도 나왔고, 최근작 『홍어』의 작가로도 유명한 김주영.

교통이 발달하여 전국이 사통팔달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요즘이라지만 아직도 청송하면 부산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그곳, 경상도 오지에서 그는 태어났다. 외진 곳이라고는 해도 고향 진보는 "안동이 서쪽으로 80리, 영덕이 동쪽으로 80여 리, 그리고 월전리에서 길이 갈라지는 영양 읍내가 50여 리" 거리를 둔 산골짜기의 작은 읍으로 시장이 발달한 교통요지였다. 아버지는 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누이와 같이 살고, 아버지와 떨어져 어머니와 두 살 터울진 남동생과 작가는 5일장이 서는 장거리에서 살았다.

아버지의 경제적 도움없이 주로 어머니의 품팔이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어린 시절 그는 가난을 운명처럼 겪으면서 자랐다. 어머니가 이틀에 한 번씩 품을 팔아 먹을 양식을 구해야 했던 탓에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겪었던 굶주림을 생활화하면서 먹을 것이면 "닥치는 대로 아무것이나 주워먹었다. 소낙비 뒤에 여울가로 떠내려오는 과일의 껍질에서부터 개구리와 메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없었다." 힘겨운 살림을 꾸려가야 했던 어머니 역시 끼니거리를 구하러 다니느라 슬하의 자식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집 근처의 진보장을 배회하면서 장꾼들의 밑바닥 생활과 외부에서 묻혀온 타관의 냄새와 여러 얘깃거리를 들으며 삶에 몸부림치는 모습들을 보고, 그 자신도 그것들을 익히며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을 시장 바닥에서 악명 높은 문제아로 크게 된다.
시인을 꿈꾸다 좌절, 군에 입대
진안에서 중학교를 마친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대구로 올라간다. 대구농림고등학교 축산과에 입학하게 된 동기는 농고를 졸업하고 농장을 경영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김필헌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문학에 눈을 뜬다. 그리고 습작에 몰두하면서 지방 신문에 자주 투고를 한다.

졸업이 눈앞에 닥치자 아버지는 그가 경북대학교 농과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으나 그는 엄하고 거역하기 힘든 아버지를 속이고 시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서울로 올라가 친구 집에서 얹혀 살면서 서라벌예대에 응시한다. 서라벌예대에 합격한 당시 그 학교에는 소설가 안수길, 김동리, 시인 서정주, 박목월 등이 교수진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의 동기로 소설가 송상옥, 천승세, 유현종, 김문수, 오찬식, 평론가 홍기삼, 시인 이근배 등이 있었다.

시인이 되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박목월 선생을 찾아가 그간 심혈을 기울여 정리한 시를 보이고 조언을 얻는데 거기서 그는 심한 좌절감을 겪는다. 그의 시에 대해서 박목월 선생이 한 논평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자넨 산문을 써보는 게 어떤가. 시는 안 되겠더구먼." 한동안 심정적 혼란을 느낀 그는 더 이상의 희망을 잃고 동가식 서가숙으로 지내던 서울 생활을 접는다. 군에 입대한 것이다.결혼과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을 술로 달래던 시절
군에서 제대할 무렵 고등학교 때와 대학 때 방학이 되면 한문을 배웠던 서당 훈장 선생의 눈에 들어 김중한 선생의 딸 김진득과 결혼한다. 이제 집안의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전매청의 직원 공채에 응시, 안동에 있는 엽연초생산조합의 주사로 근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마저 군에서 수영을 하다 익사하는 등의 불행이 잇따른다. 문학에 대한 갈증 또한 큰 것이어서 이후 10여 년간을 술로 마음을 달래게 된다. 생활이 무질서해지고 과음한 탓에 폐결핵과 장파열 등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나날이 타락해 가는 생활과 오랜 숙원이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의 와중에서 고민하다가 그는 마침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습작생활에 들어간다. 대학 때까지 꿔왔던 시인의 꿈을 접고 소설로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는 박목월 선생의 충고도 충고였지만 그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고 경험했던 세계의 진면목을 소설적으로 천착해 들어가야만 그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삶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가와 유목민의 삶이 함께 가는 그의 길
1970년 그는 「여름 사냥」이라는 단편 소설로 「월간 문학」 가작에 뽑히고 이듬해인 1971년 10월 「휴면기」로 '월간 문학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다. 그의 초기 소설들은 근대화의 와중에서 속물이 되어 가고 온갖 협잡이 난무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소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어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체험과 시장통을 배회하며 그 자신이 경험한 악동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소설을 쓰기도 한다.

1978년 들어 그의 소설세계는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악동들의 세계가 형상화되었지만 유년의 세계를 다시금 새롭게 정립하려는 그의 시도는 "인간관계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사려 깊은 소화작업 끝에 내놓은 작품들"로 드러난다. 그는 이름없이 스러져 간 역사 뒤켠의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는가를 주로 여인네의 삶을 통하여 보여 준다.

그리고 그는 1979년부터 취재여행을 시작하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잊혀진 우리말을 찾아내고 장꾼들의 심리와 행태를 기록하는 한편, 장터와 도로와 풍속을 직접 발로 뛰며 익힌 결과를 외지의 여인숙 등에서 집필하고 다시 취재를 계속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그렇게 해서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생활과 풍습을 다채롭고 복합적인 장르적 성격으로 담아낸 대하 소설 『객주』가 탄생된다. 그는 이어 『활빈도』, 『화척』, 『야정』 등의 유랑인, 노비, 백정 등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과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를 통하여 이름없이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역사기술의 한 형식으로 담아 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에 대히트를 쳤던 『홍어』를 내놓고 또 다시 현대판 장거리 풍경과 서민생활의 애환을 담은 『아라리 난장』을 출간했다. 길 위에서 카메라와 녹음기가 든 가방을 둘러메고 언제나 길 떠나듯 취재여행을 떠나는 그는 이제 만주와 남미, 아프리카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원초적 유목민의 모습으로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5일장이 서는 오지 마을로 공무수행을 나간 '나(민세철)'는 하룻밤을 묵으러 여인숙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방 안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대화를 엿듣는다. 거리의 여자와 야바위꾼의 대화 내용은 아주 직설적이고 속되면서도 이상하게 관심을 끄는 바가 있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윽고 대낮에 질펀한 정사를 치룬 남녀의 소리가 잦아지고 방문이 열리면서 여자가 밖으로 나온다. 나와 마주친 여자는 나를 은근히 유혹하고 나 역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 나선다. 술집에 들러 술을 마신 여자는 나에게 어디로 떠나자며 채근한다. 그리하여 길을 나선 여자와 나는 도중에 길섶에서 정사를 치르고 밤이 되어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밤중에 같은 이불을 덮고 누운 집으로 여자의 야바위꾼 사내와 그의 약장수 동료가 들이닥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