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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실
 저자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출판사 : -
 출판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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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성과 정확성
어느 날 체호프는 작가 코롤렌코를 만났다. 코롤렌코가 체호프의 창작과정을 궁금해하자 "제가 단편을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다고요? 보여드리죠!" 그리고는 테이블을 바라봤다. 그에 눈에 들어온 첫 번째 물건은 재떨이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말했다. "만일 원하신다면 내일 단편을 하나 써드리죠. 제목은 『재떨이』가 되겠죠." 이런 것을 후대 사람들은 '가장 단순한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체호프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이 간결성은 '긴 대상을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불리는데,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체호프의 디테일은 장황한 묘사가 아니라 '암시'에 의한 방법이다. 따라서 독자는 이 암시가 의미하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내 생각으로 자연을 묘사하는 것은 아주 간결해야 하고 특징만을 표현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보편적인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만일 당신이 달밤을 묘사한다면 '방죽 위 에 깨진 병 조각이 반짝이고, 개와 늑대의 검은 그림자가 공처럼 구르고 있다'고 하면 되 는 것이다."
이런 체호프의 간결성과 정확성은 특히 인간 심리묘사에 탁월하다. 소비에트 시대의 작가 유리 트리포노프는 "체호프는 형식을 바꿨다. 그는 다 이야기하지 않는 것의 위대한 힘을 알고 있다. 그 힘은 간결성과 단순성에서 나온다."고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체호프가 자신의 작가수첩에 인용해 놓은 알퐁스 도데의 말은 간결하고 단순한 그의 작품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번은 어느 새에게 물었다. "네 노래는 왜 그렇게 짧으니? 숨이 모자란 거니?" "내겐 부를 노래가 너무 많아. 난 그걸 다 불러보고 싶거든…" 새가 대답했다.
인위성을 거부한 '인생 그 자체'
체호프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담담함이다. 아일랜드의 저명한 극작가 숀 오케이시는 체호프에 관한 글에서 "체호프는 휘트먼과 견줄 수 있는 시인이며, 셰익스피어에 비길 수 있는 극작가요, 또한 위대한 인간의 모든 면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의 친구라는 점"이라며 체호프가 이 지구상에 많지 않은 거장들 중 진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체호프가 서거한 지 벌써 한 세기가 도래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과 평가와 연구는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 오케이시의 평가처럼 그가 우리의 친구로 남아 있기 때문일까? 실제로 러시아의 여러 작가들 중에 체호프만큼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체호프는 푸쉬킨처럼 화려한 기교도, 고골리처럼 번쩍이는 기지도,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전율을 느끼게 하지도, 톨스토이처럼 설교하지도 않으며, 고리키처럼 외치지도, 불가코프처럼 신랄하지도 않다. 그는 그저 담담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은 독특한 맛과 향기가 있다.

그러나 이 담담함 속에 깃든 독특한 맛과 향기를 찾는 작업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고(故) 투르빈 교수는 러시아 작가 중에 가장 어려운 작가를 꼽으라면 자신은 주저 없이 체호프를 지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러시아의 많은 문학 연구가들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이런 단순함 속의 난해함이 체호프의 신비와 매력이 아닐까?

체호프의 작품은 과거의 문학이 보여주던 인위성과 잘 짜여진 틀을 거부했다. 그는 자신만의 문학 문법을 만들었다. 그 문법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말을 빌자면 '분위기 극'이고, 그 자신의 말로는 '인생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묻는다. 인생을 주연과 조연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어느 누가 자신의 인생을 조연급의 인생 혹은 에피소드적 인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우리는 누가 뭐래도 각자 인생의 주연들이다. 체호프 작품 속의 인물을 주연과 조연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단지 누가 좀더 많이 가졌는가, 누가 좀더 재능이 있는가, 누가 좀더 배웠는가하는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고리키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사랑하는 인물과 미워하는 인물로 나눴다면 체호프는 자신의 모든 인물을 사랑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기에 『바냐 외삼촌』의 바냐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도 체호프의 손을 통해 사랑스런 인물이 된다. 우리도 체호프가 만들어낸 어떤 인물도 미워할 수가 없다. 체호프 작품에 갈등과 음모가 없다는 지적은 수없이 되풀이돼왔다. 그러나 갈등과 음모 없이 어찌 작품이 살 수 있는가? 체호프에게서 갈등과 음모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이 갈등은 인물들 사이의 충돌에서가 아니라 삶의 복잡함에서 온다. 인간이 인생 혹은 시간이라는 무지막지한 힘 앞에 한없이 약하기에 모든 인간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간결함과 단순함. 이는 19세기 말 유럽과 러시아에 팽배했던 인상주의와도 연결된다. 체호프의 '서정적 분위기'에는 다채로운 색이 포함돼 있다. 때론 인상주의적 서정성이, 때론 비극적 풍자가, 때론 해학적 웃음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가장 주된 색조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삶의 진실에 대한 위안이며 평화다.
감춤과 우연의 시학
체호프의 희곡을 다른 극처럼 발단, 전개, 절정 등으로 나눠가며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면 그의 희곡의 플롯은 어떤 갈등도 사건도 등장하지 않고 '물 밑의 흐름'을 따라가는 식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극', '서정적 드라마'(고리키)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추상적 용어들이 갖는 비밀은 무엇인가? '분위기'라는 말로 우리는 너무 쉽게 체호프 드라마의 특징을 뭉뚱거리는 것은 아닌가? 분위기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체호프 희곡을 '사건'과 '갈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예술적 기법의 본질은 '감춤'의 시학이다. 실제로 그의 희곡에서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무대에서는 사건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사건이 있더라도 무대 밖에서 벌어지는 식이다. 이는 체호프가 내부 세계를 묘사하는 '감춤'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언어 사용의 함축성은 체호프 창작과정의 또 다른 특징이다. "체호프 예술 세계의 발전은 절제의 과정이며 압축의 과정이다."라고 적절하게 개진한 파페르느이의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체호프는 거북이처럼 머리와 발과 꼬리를 모두 몸 속으로 감춤으로써 내적 플롯을 유지한다.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소위 '우연의 시학'에 관한 문제다. 이는 체호프의 대화 체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연구가들은 "체호프에게는 '우연적' 대사가 많다. 이런 것들은 어디서나 불필요한 허드렛 것들과 뒤섞여 있다. 체호프의 컨텍스트 안에서 대화와 대사들은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저 삶의 자기 느낌을 표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체호프의 작품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우연적 대사 때문이기도 한데, 이 우연적 상황이 '반복'되면서 체호프를 모르는 이들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인물들이 주로 '삶의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수히흐 교수는 '결론 없는' 표현의 '제로 상태의 정보'를 준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체호프를 알고자 하면 그 주인공은 당연히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인생 자체를 위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체호프를 '연기'하려 하지 말고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자선병원의 원장 라긴은 20년째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의 침잠만이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철학대로 살아간다. 그에겐 변화도, 변혁도, 그리고 움직임도 의미가 없다. 그러는 동안 병원, 특히 정신병동인 6호실은 니키타라는 폭력적인 문지기가 지배한다. 그곳 6호실에는 5명의 정신병 환자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귀족 출신인 그로모프는 피해 망상증으로 입원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라긴은 그로모프와 대화를 하며 지난 20년간 만나본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와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의사가 정신병자와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소문나자 시의회에선 그를 해임시키려 한다. 라긴의 자리를 이어받은 보좌의사 호보토프는 라긴을 정신병자로 몰아 6호실에 가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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