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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
 저자 : 허연
 출판사 : 생각정거장
 출판년도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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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
저자 : 허연 / 출판사 : 생각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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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지음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 247쪽 / 13,800원


▣ 저자 허연

서울에서 태어났다. 읽고 쓰는 것이 속세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초월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연세대학교에서 〈단행본 도서의 베스트셀러 유발 요인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시 창작에서의 영화 이미지 수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매일경제신문사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시집으로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고전 탐닉》을 냈다. 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한국출판학술상 등을 받았다.


Short Summary

미국의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화씨 451》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영화로도 만든 이 소설의 제목 ‘화씨 451’은 무엇을 의미할까? 화씨 451도는 섭씨로 계산하면 2327도쯤 되는 온도다. 종이에 불이 붙는 온도다. 이제 실마리가 잡힌다. 이 소설은 책이 불 타버린 세상, 즉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미래 세계는 책을 읽거나 소지하면 범죄로 처벌받는 그런 세상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방화수다. 책이 발견되는 즉시 압수해 불태우는 것이 그의 임무다.

레이 브레드버리는 책이 죄악시되는 상징적인 상황을 설정해 놓고 지성이 죽은 세상, 즉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도 책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금지한 정부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일종의 저항 세력이다. 책을 인쇄하거나 소장하고 유포하면 박해를 받는 세상을 견디기 위해 이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지성을 지켜나간다.

그들이 택한 방식은 ‘암기’다. 이들은 책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글’이 아닌 ‘말’로 후세에 책의 내용을 전수한다. 인간의 뇌가 도서관이나 서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그려낸 등장인물들은 ‘기억’이라는 도서관을 활용해 지성을 말살하려는 전체주의에 대항한다. 그들이 있기에 인류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간다.

소설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등장인물이 이렇게 말한다. “혹시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싶지 않소? 바로 내가 플라톤의 《국가》라오. 아니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읽고 싶소. 그렇다면 시몬스를 찾아가시오. 그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요.” 참 재미있는 설정이다. 플라톤을 읽은 사람은 곧 플라톤의 분신이고, 아우렐리우스를 읽은 사람은 곧 아우렐리우스의 분신이다. 사실 이 소설적 과장은 매우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어떤 책을 읽고 그것에 공감하고,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미 그 책의 분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와 접신한 책은 곧 나의 분신이 된다.

일찍이 윌리엄 서머셋 모음도 말했다. “책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한 대목, 그 한 대목만으로도 책은 나의 분신이 된다”고. 그렇다. 책은 나에게로 와서 내 자신과 합체한다. 나와 합체 됐다는 건 건 나를 형성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한 나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확장된 나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힘과 기술, 무기를 얻는 일이다. 그리고 어떤 언행의 기준과 동기를 제공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 기준과 동기가 모여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다.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인간 중심의 업적들은 결국 책이 만들어낸 것이다. 노예제가 사라지고,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고, 많은 질병에 대한 치료의 길이 열리게 한 원동력은 결국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을 읽으면서 대중들의 자아와 시선이 달라졌고, 그 달라진 자아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 것이다.

노예제나 여성차별 같은 말도 안 되는 만행이 자행되던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문맹이다.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책이 주어졌던 시대, 그 시대가 곧 야만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책이 창문을 열어주기 전까지 인간은 인간답게 산 적이 없었다. 마녀 사냥이 자행되던 중세 때는 유럽 인구의 90%가 문맹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문맹을 벗어나 책을 읽게 되면서 야만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인류가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세상이 바뀐 것이다.

마녀사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을 자행하는 사람들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마녀사냥이 사라진 건 아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에 눈뜬 사람들이 마녀사냥이 옳지 않다는 걸 밝혀냈기 때문에 마녀사냥이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세상은 더 나아져야 한다. 인식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책의 한 문장을 가슴으로 외우는 누군가가 있는 한 인류는 악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세상에 파문을 던진 책과 저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남긴 파문으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변해갔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 차례

저자의 말

1부 고독이라는 내면

상반된 이미지 사이를 줄타기한 대문호 / 가장 많이 대출되는 소설 써내고 은둔 속에 살다간 ‘호밀밭의 파수꾼’ / 아웃사이더 개념 설계한 영국 문단의 이단아 / <밤으로의 긴 여로> 쓴 희곡의 아버지 / 정치적 불운 속에서 추사체 완성한 금석학 대가 /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휴머니즘 스토리텔러

2부 숨지 않은 감정의 고귀함

욕망에 충실했던 신의 어릿광대 / 내 생각이라 믿는 것 대부분은 타자에게 빌려온 것 / 부엌을 페미니즘 공간으로 탈바꿈한 작가 / 170년 전 유럽을 흔든 사랑학개론 / 꿈꾸지 않는 자,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 감정도 공적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3부 저항의 미학에 관하여

문명의 어두운 이면 파헤친 선원 출신 대문호 /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은 용감하지 않았다 / 나치에 저항한 행동주의 신학자이자 목사 / 카스트, 남존여비, 종교차별에 도전한 작가 / 집단주의의 광기를 파헤친 거리의 철학자 / 윤리 아닌 힘의 역학이 집단을 움직인다 / 경험 따른 신중한 변화 중시한 ‘보수의 품격’ / 위주의가 과학을 바꿔선 안 된다 / 애도의 방식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을수록 무력해진다 / 재물은 하늘이 내리지 않고 백성이 만든다 / 인간은 꺾이지 않는다 외친 휴머니스트 / 아름다운 문장으로 강제수용소 비판한 노벨상 작가

4부 유한한 시대와 무한한 나

20세기 유럽의 풍요와 몰락을 모두 기록한 작가 / 알베르 카뮈의 영적 스승, 신비로운 산문가 / 낯설고 강렬한 문장, 작가들에게 존경 받는 작가 / 유배지에서 인생의 의미 깨친 초월의 시인 /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가 있다 / 시인은 숨겨진 본질 꿰뚫어보는 견자 / 야만에서 순수를 길어 올린 시인 / 종교소설 벽 허문 일본 문단의 거장 / 존재에 관한 묵직한 질문과 장엄한 가르침 / 세밀화로 그려낸 생의 본질, 순문학 대표작가 / 초연결사회의 그늘을 지적하다

5부 달리 앞서 간다는 것

알파벳과 자전ㆍ공전 조선에 알린 선구자 / 욕망은 곧 지혜의 시작, 르네상스 밑그림 그린 이슬람 학자 / 20세기 초 파리 문단을 이끈 서점주인 / ‘한’과 맞바꾼 한국문학의 대서사시 / 냉소를 문학으로 격상한 블랙코미디의 달인 /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한 영어의 아버지 /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 쓴 대륙의 마르케스 / 소설에 장소성 구현한 현대문학의 장인 / 지식인은 이미 만들어진 진부함과 싸우는 사람이다 / 다락방에서 우주를 보다

6부 새로운 지성을 위하여

의심이 없으면 과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 행동 없는 이성 경멸한 수학자이자 사상가 / 인터넷, 달 착륙 예언한 공상과학 소설의 지존 / 위트로 현실 모순 극복한 20세기 초 대문호 / 세상은 인간이 개선된 만큼만 나아진다 / 인류는 결국 기억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 /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 /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해지는 것’이다 / 과학적 사고가 인류를 도덕적으로 만들었다 / 기회의 중립화 외친 하버드의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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