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리 라헤이 지음/사랑플러스/186쪽/7,000원)

나와 내 남편 마크가 15년의 결혼생활 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생의 골치 아픈 문제는 항상 우리도 모르게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부관계를 위한 시간, 재정, 인내, 유대감이 충분치 못한 상태로 서서히 따로따로 표류해 갔지만 너무나 서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상담소에서 일하던 마크는 대외적으로 존경받는 것 같았지만 왠지 그런 모습이 나에게 커다란 분노와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가 상담소 동료 두 명과 함께 퇴근했다. 그들은 나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했고, 나는 직감적으로 그 이야기가 좋은 소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네 명은 함께 거실에 앉았다. 그들은 마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성적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 남편이 성도착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해고되었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동료들이 아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의사였고, 서로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렇지만 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는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당황했고,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둡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어두운 시간 중에도 성령님은 우리와 함께하셨다. 어느 날 안락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마크를 보았을 때 내가 느낀 그의 상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크의 침묵 앞에서 나는 그의 곁에 머물기로 결정했고,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하게 한 평온함은 내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나날들은 소용돌이 같았다. 어떻게 그 몇 주를 버티었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우리는 아주 작은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마크에 대한 소문은 톱뉴스였다. 나는 모든 사람이 우리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 굴욕감 때문에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당혹스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면서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다. 친구들과 이웃들이 모두 내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돌봐야 할 세 명의 어린 자녀가 있었지만 내 안은 겁에 질려 있었다.

마크가 있던 치료센터에서 가족주간이란 행사가 있었다. 그 주간 동안 나의 회복도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마크가 좋아지기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마음으로 그곳에 갔다. 나는 가족이란 함께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과 앞으로 어떻게 가족관계를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일기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울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가 서로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제까지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우리의 어려움은 오히려 우리를 가까워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친밀함은 망가진 관계와 역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됨과 동시에 친밀해졌던 것이다. 이것은 행복하면 친밀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환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때 내 생애에 처음으로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한탄과 슬픔으로 가득 찬 몇 달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나는 슬픔과 분노는 내 스스로 다스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회복을 위한 몇 달이 지나고 우리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미니애폴리스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던 어느 날, 초인종이 울리고 경찰은 나에게 봉투를 건넸다. 그것은 민사소송 사건 서류였다. 마크의 과거의 잘못은 직장에서의 해고로 끝난 것이 아니었고, 그 뒤로도 세 가지의 민사소송이 이어졌다. 상상할 수도 없었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느껴지며 뼛속까지 떨렸다. 몇 년간 판결 결과와 그 재정적 영향에 노심초사하는 일이 절대 멈추지 않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어했다. 우리의 결혼생활에 신실하고 진실하게 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자 한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나는 때로는 이 힘든 일을 헤쳐 나갈 이유를 잊고 동기가 바닥나기도 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중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격려하고 이끌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한 몸으로 연합됨의 능력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기본적 욕구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서로를 섬기는 종이 될지를 온전히 이해했다.

나는 마크와 성생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에서야 나는 서로의 기본적인 욕망을 만족시켜 줄 때 서로 완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기였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신체접촉을 필요로 한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가 자신을 어루만져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그 욕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껏 우리 부부도, 마크는 항상 주도하고 나는 항상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에 둘 다 스킨십을 즐기지 않게 되었다. 스킨십은 꼭 성적인 것만이 아니라 따뜻한 연대감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불완전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련을 통해 나는 새로운 여자로 변화했다. 더 사랑스런 아내, 더 좋은 엄마, 더 관대하고 이해심 많은 친구로 말이다. 그 과정이 내겐 너무 길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고통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를 사용하시려고 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뭐라 생각할까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통을 이웃과 나눈다면 우리는 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상심을 겪고 나서야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사랑을 줄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한' 삶을 살 때는 외로웠다. 하지만 나의 고통을 껴안고 내 자신과 남편을 용납한 후로는 하나님과 그리고 이전에 몰랐던 또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법을 알았다. 내 꿈들이 좌절되지 않았다면 인생의 이러한 충만함을 결코 몰랐을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은 내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뎁 레이저>

-『결혼한 여자』중에서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