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3년 5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남편, 이렇게 길들여라
(신의진 지음/중앙M&B/260쪽/8,000원)

근래 들어 내 일과에 전에 없던 일 한 가지가 늘었다. 밤 10시경부터 한 시간 동안 남편과 함께 연세대학교 교정을 거니는 일이다. 올 들어 유독 배가 나온다며 걱정을 하던 남편이 드디어 굳은 결심을 하고 조깅을 나가더니 혼자선 도저히 하기 싫었는지 날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을 한숨 더 자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는 남편은 그 시간이 되면 아들에게 꼭 한마디 한다. "엄마 아빠 데이트하고 올 거다, 부럽지?" 이 아이 같은 남자가 정말 16년 동안 내 마음 고생을 그렇게 시킨 그 무심한 남자 맞나 싶다.

남편은 자랄 때 너무 한식으로 키워져서 '밥'이 아닌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 회식을 하더라도 들어와서 김치에 밥을 먹어야 하는 전설 속의 인물이 우리 남편이다. 처음에는 회식하고 한두 시에 들어와 밥 차려 달라는 남편이 기가 막혀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이젠 으레 그러려니 한다. 게다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옆에서 시중도 들어준다.

사람들은 맞벌이하는 내가 집에서 이렇게까지 남편을 '떠받드는' 줄 모른다. 아마도 여성운동가들은 남성의 가부장적 성 역할을 옹호하는 여성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알아서 차려 먹으라고 했을 때 내 남편이 얼마나 자괴감을 갖고 분해하는지 안다. 시어머님은 '남자는 절대로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걸 신조로 키우신 분이다. 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의 그 굳어진 사고방식이 정신 치료나 설득으로 쉽게 바뀔 리 없다. 그건 꼭 '너 왜 그렇게 키가 작아?' 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 바득바득 싸워서 남편이 부엌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러기 위해 감수해야 할 마음의 상처가 크다는 얘기다.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크게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내 남편을 내 구미에 맞게 바꾸려면 그 정도는 접어주어야 한다. 엉덩이 좀 떼고 바지런하게 움직여서 작은 걸 해주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을 확실히 챙기면 된다.

내가 남편의 까다로운 밥 시중, 옷 시중을 전혀 화내지 않고 살뜰히 챙겨주면 남편도 미안해한다. 그렇다고 설거지 같은 부엌일을 거들기는 좀 뭣하니까 대신 자기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다. 그게 대부분 아이들을 맡아주는 일이었다. 자기가 먼저 나서서 애들에게 "배드민턴 치러 가자.", "뒷산에 올라가자."고 한다. 내가 그걸 좋아하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또 나를 도와 줄 일이 생겼을 때 아주 철저하고 확실하게 지원을 해준다. 일이 좀 늦게 끝나서 택시도 못 잡고 동동거리고 있다가 전화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한 시고 두 시고 총알처럼 달려온다. "밖에 나와 있지 말고 안에 들어가 있어."라는 따뜻한 배려의 말도 할 줄 안다. 자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외부적인 것으로부터 아내와 자식을 보호하는 일은 남자인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가지고 일일이 신경 쓰고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다. 아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심플하게 해치워 버리고, 그 밖의 다른 일 중 남편이 할 만한 게 있으면 그쪽으로 유도하라.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남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그 방법뿐이다. 신혼 초에는 극심하게 열 받던 똑같은 상황이 이러한 깨달음을 거쳐 남편 길들이기에 힘쓴 결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여우처럼 상황에 맞게 전술(!)을 구사하면 이리 쉽게 해결될 일을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지금 나는 일중독 수준의 남편을 좀 더 가족 중심적인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중이다.

-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 중에서
번호 | 제목 | 날짜
57 남편, 이렇게 길들여라 2005년 04월 17일
56 너희 어머니를 생각하며 2005년 04월 17일
55 내 신발이 어디로 갔을까? 2005년 04월 17일
54 어머니의 손길 2005년 04월 16일
53 종소리가 울리는 길에서 2003년 12월 26일
52 남성, 그 위대성의 본질 2005년 04월 17일
51 6개월의 자장가 2005년 04월 16일
50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까? 2005년 04월 16일
49 고마운 두분 2005년 04월 17일
48 34년 동안 부부싸움 한번도 안 했다고요? 2005년 04월 17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