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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대 BMW와 메르세데스
『기업들의 전쟁』(닉 스켈론 지음/미래의 창) 중에서

저가의 리더십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이 반드시 부대비용이 없는 일반 제품을 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는 고가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BMW 및 메르세데스와 한판 승부를 벌인 도요타의 렉서스를 들 수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 같은 독일 차들은 전통적인 미국의 귀족차인 캐딜락의 시장을 빼앗으며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캐딜락을 소유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 차는 점차 구식의 보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젊고 부유한 구매자들은 BMW와 메르세데스로 몰리고 있었다.

도요타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저가의 모델에 주력한 탓에, 도요타 고객들은 점점 더 나이가 들면서 경제력이 좋아진 데 비해 도요타에서 썩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구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점을 인식한 회장 도요타 에이지는 1983년 전 직원들에게 메르세데스와 BMW를 벤치마킹해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사람들은 도요타의 계획을 맥도널드에서 비프 윌링턴(쇠고기 필렛을 닭간 파테로 감싸고 그 위에 페리그위 소스를 얹은 고급 요리 : 역주)을 먹으려는 행동 이라며 빈정댔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 최고급 차를 만들기 위해 6년에 걸쳐 5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를 끝냈다.

BMW와 메르세데스 같은 독일 기업의 접근방식은 차별화를 통해서였다. 양사는 브랜드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BMW는 젊은 층을 겨냥함으로써 양사는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수익성이 뛰어난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다임러-벤츠의 전 회장이자 메르세데스의 소유주인 에드자르 오리터의 다음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사의 생산방식은 일본의 저가 생산방식과는 정반대였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장에서의 우리 위치를 연구하고 있는데, 항상 결론은 대량생산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뭔가 다르게 만들겠다는 공학 및 제품 차별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BMW와 메르세데스는 당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했으며, 양사의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격이 올라가도 고객들이 눈감아주겠지 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예를 들어 BMW 기술자들은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989년형 850i에 장착된 콤플렉스 후면 축에 더 큰 부품을 쓰기로 결정했다. 일본 회사라면 비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체 축을 다시 설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BMW는 더 큰 부품을 써서 축의 원가를 예전의 두 배인 3천 달러로 늘려버렸다.

메르세데스의 S-클래스는 운전자 코앞에서 불과 12인치 떨어진 룸미러까지 포함해서 거의 모든 것을 자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88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이렇게 성능을 개선한 모터를 장착한 덕에 메르세데스 최고 기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980년 44,200달러에서 12년 후에는 12만 4천 달러로 상승했다. 메르세데스 기술자들은 고객들이 실제로 원하는 바를 스스로 결정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라는 메르세데스의 모토가 모든 고객들을 위해 최고가 되자로 바뀐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세계에서 노동비용이 가장 비싸고 많은 복지혜택과 가장 긴 휴가를 주어야 하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 거의 모든 작업을 수작업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자동차의 제작비용도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와는 다른 방식을 추구했다. 저가이면서도 높은 자동화 생산방식을 핵심역량으로 삼아 도요타는 경쟁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비용을 들이고도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전혀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심지어 능가하는) 자동차를 만들 계획이었다. 도요타는 적기공급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전통적인 대량생산 방식에서는 부품과 완성된 자동차들이 대량으로 생산된 후 판매상들의 전시장으로 보내져 창고에서 팔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적기공급 생산체제에서는 딜러의 주문을 받고 나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딜러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공장에 직접 자동차를 주문하고 고객들은 7∼10일 내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받게 된다.

도요타는 헌신적이고 유능하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납품업체들의 네트워크를 포함하여 경쟁사들에 비해 많은 이점들을 갖고 있었다. 도요타는 또 선임기술자가 특정 부분의 조립공정에만 책임을 지는게 아니라 신차 개발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만드는 등 경쟁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품개발을 진행했다. GM과 메르세데스가 각각 5년과 7년 만에 새 자동차를 개발한 데 비해, 도요타는 이런 방식을 통해 4년 이내에 새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었다. 또 문제가 생길 경우 잘못을 빨리 시정하고, 비용을 줄이고, 시장 경향에 좀더 보조를 잘 맞춰나갈 수 있도록 했다. 메르세데스가 최초의 로봇 실험을 하고 있을 때, 도요타 생산공정의 많은 부분의 이미 자동화되어 있었다.

이 모든 사실을 놓고 봤을 때 도요타는 BMW와 메르세데스에 비해 엄청난 비용우위가 있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도요타는 비용우위가 있기 때문에 과거와 똑같은 가격을 청구하더라도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렉서스는 BMW나 메르세데스처럼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2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운송수단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득 수준과 기호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도요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해 본 결과 캐딜락과 링컨의 주 소비자층인 60대를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다른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미 고가의 메르세데스와 BMW를 사는데 가진 돈을 모두 서버린 사람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팔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요타는 BMW나 메르세데스를 사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판촉에 들어갔다. 나중에 이 목표는 가계소득이 10만 달러 정도 되는 43세 남성으로 재조정되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세밀한 접근을 할 심산으로 도요타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전시장을 갖춘, 완전히 새로운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렉서스 LS 400은 1989년 말 4만 4천 달러의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비싼 가격이었으나 메르세데스 S-클래스와 비교해 볼 대 거의 3만 달러 이상 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싸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1991년 JD 파워 보고서는 자동차를 구매한 후 90일 동안의 문제 발생 여부와 1년 후 고객만족도 평가한 결과 렉서스가 닛산의 인피니티와 더불어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되었다고 발표되었다. 메르세데스 제품은 3위와 4위를 ,그리고 BMW 제품은 10위와 14위를 각각 기록했다. JD 파워 보고서는 "고급 승용차 소유자들은 지위와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뢰성을 산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성능과 낮은 유지비에 대한 평판과 더불어 혼다의 아쿠라와 닛산의 인피니티 같은 다른 일본의 고급 차량들이 들어오자 BMW와 메르세데스는 큰 타격을 받았다.

『기업들의 전쟁』(닉 스켈론 지음/미래의 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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