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법칙』(로저 도슨 지음/비즈니스북스)중에서

대부분의 경우 일관성은 지적인 카리스마나 인간적인 매력과 동일시된다. 흔한 예로, 우리는 누군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그의 모든 단점은 눈감아준다. 영국 역사상 최고로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윈스턴 처칠은 실제로는 매우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인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국민적 영웅이 된 그는 영국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구시대적인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의 이러한 발상은 무정부 상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였지만, 그의 강인한 신념 때문에 영국민들은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을 역임한 해리 트루먼 역시 신랄한 언사와 불같은 성격으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그의 일관된 신념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케네디는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뉴 프런티어(New Frontier)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여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일관된 가치를 주장하면서 이를 훌륭하게 실천에 옮겼다.

미국 역사상 20세기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은 일관성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러한 특성은 그가 저지른 몇몇 결정적인 과오까지도 국민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레이컨 대통령은 6,000파운드의 폭탄을 무하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텐트에 공중 투하하도록 명령했지만, 미국인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레이건을 좋아했다. 일관성 있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국민에게 자신은 그런 사람이고, 그런 이미지에 걸맞게 살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레바논 인질 석방을 위해 이란인들과 협상했을 때 레이건의 인기는 추락했다.

5,000만 달러를 들여 이란 게이트 청문회를 열었던 미 상원은 대통령의 잘못을 입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론은 정반대였다. 카다피를 암살하여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 했을 때 국민들은 그를 지지했고, 평소의 주장과 달리 인질 석방을 위해 무기를 거래하려고 했을 때 국민들은 그를 비난했다. 일관성을 잃은 행동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또한 핵 물리학자 출신의 제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일관성의 부족으로 1980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참패했다. 카터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친절하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가장 근면하고 가장 똑똑했던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 신문을 아무리 뒤져도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고수할 만큼 배짱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실례로 그의 집권 당시 이란 국왕의 비자 처리 문제만 봐도 그의 우유부단함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당시 이란 국왕은 파나마의 아카풀코만에 위치한 아름다운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병을 앓고 있던 국왕의 상태가 악화되었고, 그는 즉시 미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 처음에 카터는 이란의 반발이 두려워 거절했다. 하지만 갑자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란 국왕이 뉴욕에서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자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이란 내에서 반미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자, 그는 다시 마음을 바꿔 국왕을 파나마로 돌려보냈다.

반면 레이건은 한번 내린 결정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끝까지 바꾸지 않았다. 실례로 레이건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이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신청한 비자를 단호히 거부했다.

제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집권 초기에는 상당히 일관성 있는 정책을 실행했고, 국민들의 지지는 그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데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새로운 세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말할 겁니다. 내 입을 똑바로 보시오.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되돌아가서 다시 궁리한 후 내게 돌아와 말할 겁니다. 대통령, 정말로 새로운 세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나는 또 말할 것입니다. 내 입을 잘 보시오. 절대 새로운 세금은 없소."

국민들은 그의 연설을 듣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국민들은 그를 사랑했던 것만큼 그를 증오하게 되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룻밤 사이에 지지도는 80퍼센트 대에서 45퍼센트 대로 급락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걸프전이 터졌다. 미국인들은 전쟁에 있어서만큼은 그의 일관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유사 이래 사담 후세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조지 부시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지지도는 40퍼센트 대에서 90퍼센트 대로 급상승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다시 쿠르드 난민 사태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심사 숙고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원히 계속될 내전 한 가운데로 우리 군대를 파병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 할 선을 남겨두고, 그는 다음날 이라크 북부 지역에 군대를 보냈다. 그의 지지도는 90퍼센트 대에서 50퍼센트대로 다시 떨어졌다.

일관성 있는 설득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보다 더 분명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은 일관성 있다고 평가되는 누군가에게 이끌리기를 원한다.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바라는 바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임직원 여러분,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내용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윤리적 도덕적 기준입니다. 나는 절대로 여기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직원들은 사소한 일마다 변덕을 부리는 경영자보다는 단호하게 자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영자를 따른다. 일관성 없는 행동은 불신을 안겨준다. 다시 말해 일관성 없고 우유부단한 행동은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설득의 법칙』(로저 도슨 지음/비즈니스북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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