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리더십』(다이엘 골먼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끓는 물 속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본능적으로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러나 개구리를 우선 찬물에 넣은 다음 서서히 수온을 올리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개구리는 물이 끓을 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결국 끓는 물에 익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뜨거운 물에 들어앉은 개구리의 운명은 판에 박힌 일상을 되풀이하며 타성에 젖어버린 리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존 라우어가 BF 굳리치(BF Goodrich)의 사장 자리를 수락할 때만 해도 아무도 그가 진부한 타성에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다. 매력적인 미소에 훤칠하고 잘생긴 그는 민주형과 비전제시형 리더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보이면서 열정적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는 매일 아침 열린 간부 회의에서 간부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 그들에게 현재의 역량을 잘 규합하여 그것을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가 제시하는 전망이 그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회사가 조직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때도 라우어는 여전히 유능한 리더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간부들을 이끌고 나가는 구심점으로서의 그의 역할도 여전했다.

6년 정도가 지났을 때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라우어의 카리스마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의 강연은 사업과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강연 전부가 뻔한 내용이었고 심지어는 지루하기까지 하였다. 초창기에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그의 열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뜨거운 물에 서서히 익어버린 개구리처럼 라우어는 거대 조직의 업무 수행 방식과 정책에서 빚어지는 실망과 좌절과 지루함으로 인해 차츰차츰 타성에 젖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렸다. 결국 라우어는 그처럼 맥없는 강연을 하고 난 몇 달 뒤 회사를 떠났다. 무언가 다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기 위해 그는 헝가리 후원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를 돕기 시작했다.

리더로서의 정력과 흥미를 상실한 라우어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번째 발견에 이르는 과정을 밟게 되었다. 리더로서 좀더 깊이 있는 감성지능을 개발하고 싶다면 이상적 삶에 대한 전망을 갖게 되었을 때 자신의 현실적 자아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라우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으며 그 안에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BF 굳리치를 떠난 지 2년 정도가 되었을 무렵 라우어는 실무자들을 위한 경영학 박사 과정에 개설된 리더십 계발 세미나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회사를 맡아 경영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에겐 이제 박사 학위가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문을 의미했다. 그는 자신이 앞으로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리더십 세미나에 참석하는 동안 라우어는 기존의 가치관, 철학, 포부, 그리고 자신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의 시간과 자신의 능력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그는 자신이 얼마나 리더의 자리를 만끽하고 싶어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간부들과의 회의를 통해 뭔가 중요한 일을 꾀하면서 회사를 이끌고 나갈 때 느꼈던 흥분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자신이 다시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맡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서서히 키워나갔던 생각을 적용할 곳은 바로 그 자리였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제안했던 몇몇 헤드헌터들에게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못 되어 라우어는 원자재 사업을 하는 자본금 2억 5,000만 달러의 오글베이 노턴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민주형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직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간부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그는 회사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에 대해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회사의 간부 중 한 사람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존은 우리에게서 최고의 신뢰와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결국 라우어는 회사를 맡은 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오글베이 노턴을 「포춘」과「비즈니스 위크」,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 최고의 경제지들이 앞 다투어 소개할 만큼 큰 주목을 받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라우어는 BF 굳리치를 업계 선두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이상적 자아에 대한 그의 첫 번째 발견이었다. 그런 후 자신이 매몰되어 있던 상투적인 현실에 맞서 싸우면서 자신이 가진 나름의 장점을 깨닫게 된 - 두 번째 발견 - 그는 리더로서의 열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다른 리더십 능력도 훌륭하게 발휘했다.

『감성의 리더십』(다이엘 골먼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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