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리더십』(다니엘 골먼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한 스위스 은행의 행장으로 있는 위르겐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겉으로 보기에 은행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최고경영진 모두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고, 몇몇은 아예 겉돌고 있었다. 위르겐은 관례를 무시하고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마치 반대되는 생각이나 비판적인 의견을 내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뭔가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위르겐은 더 이상 신명나게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시점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행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와 6개월에 걸친 상담을 한 후 위르겐은 드디어 자신의 삶과 은행을 제대로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리더십에 대한 전망을 세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전망 속에서 힘과 영감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위르겐은 자신의 삶과 개인적 전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는 은행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현실과 이상을 비교해봄으로써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그의 입장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열망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 회사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남아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어느 여름날 아침 위르겐은 알파인 호수 근처로 친구와 산책을 나섰다. 그는 친구에게 불가피하게 은행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은행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특히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는 현재 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자신의 단호한 조치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가 은행이 처한 현실에 맞서 제대로 싸운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에 생각의 초점을 맞췄다. 산책이 끝날 무렵 그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은행에 남겠다!"

은행에 남기로 결정한 위르겐은 갑자기 힘이 솟는 걸 느꼈다. 리더십을 향한 열정이 솟아난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으로부터 위르겐은 다시금 힘든 일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위르겐처럼 자신의 이상적 자아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다른 사람 앞에서 분명히 말하고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자기인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단 자신의 이상적 자아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희망이 바로 타성이라는 독을 없애주는 해독제의 역할을 한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리더란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리더라면 모름지기 희망의 원천을 찾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 진정한 힘이 자리하고 있으며 바로 그곳으로부터 자신의 이상적 자아의 모습과 공동의 이상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때 리더는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와 같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감성의 리더십』(다니엘 골먼 외 지음/청림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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