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 박사는 학습과 실패와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고정 사고관과 성장 사고관이란 두 가지 사고방식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고정 사고관을 선호하는 이들은 인간은 고유한 재능을 타고나며 지능이나 능력은 바위에 각인된 것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안달하며 실패나 좌절을 가치감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반면 성장 사고관을 선호하는 이들은 지능이나 능력이 노력을 통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패나 좌절을 성장을 위한 기회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드웩이 성장 사고관의 대표 주자로 거론하는 사람은 바로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이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그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가 될 자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노력을 통해 그 같은 경지에 도달했고, 그 후에도 극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NBA 최고의 농구선수가 된 이후에도 3점슛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첫 시즌에 그의 3점슛 성공률은 18퍼센트에 불과했지만, 13년에 걸친 NBA 선수 경력이 끝날 무렵 3점슛 성공률은 평균 33퍼센트에 달했다. 조던은 경쟁심이 대단히 강했지만 승패에 관계없이 언제나 자신에게 솔직했고, 항상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경기에 이기기 위해 지름길을 선택하면 경기가 우리를 지름길로 보내버릴 겁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행운이 따르게 되어 있지요”라고 말했다.

한편 드웩이 고정 사고관의 사례로 꼽은 사람은 테니스 선수 존 매켄로이다. 그는 시합에서 뒤지기 시작하면 선심에서 관중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비난한다. 매켄로는 경기에 집중해 상황을 호전시키기보다 집중력을 잃고 분노를 폭발시키곤 해 ‘코트 위의 악동’으로 불렸다. 고정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하거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실패의 책임을 상황 혹은 타인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현실을 왜곡한다.

성장 사고관에 관한 한 픽사가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픽사의 경영철학은 전적으로 성장 사고관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픽사의 고위 경영진은 도전과 학습에 대해 부단한 열정을 보이며 그러한 사고방식이 회사의 구석구석에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종종 사람들의 의견이 나와 다르기도 하고 내가 실수하는 경우도 자주 있지요” 픽사의 교황 또는 영적 리더로 추앙받는 에드 캣멀의 말이다. 심지어 캣멀은 회사의 잡역부들에게도 픽사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크레더블>의 제작에 얽힌 이야기는 픽사의 성장 사고관을 잘 보여준다. 픽사가 브래드 버드를 감독으로 영입했을 때, 버드는 워너 브러더스의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참이었다. 그 때 픽사는 이미 세 편의 초대형 히트작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캣멀과 스티브 잡스는 버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게 있다면 바로 자기만족에 빠지는 거네. 마치 우리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 말이야. 그러니 자네가 분위기를 좀 흔들어줬으면 해.” 버드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까지 성공밖에 모르는 회사가 방금 실패한 친구를 불러놓고 이러는 겁니다. ‘자네 생각을 밀고 나가. 상사들하고 한판 붙기도 하고, 회사를 흔들어놓으라고.’ 그런 회사 본 적 있습니까?”

버드는 곧 <인크레더블>에 관한 자신의 야심 찬 아이디어를 놓고 상사들의 말을 검증할 기회를 갖게 된다. 버드의 비전에는 너무나도 많은 캐릭터와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픽사의 기술팀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5억 달러의 비용에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들죠?” 그들은 반문했다. 그러나 버드는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픽사의 프로세스에 많은 변화를 주도했고, 이를 통해 픽사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버드는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픽사 내부에서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냈다. 그는 그들을 ‘검은 양’이라고 불렀다. “그런 사람들 중 대다수는 불평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우리는 검은 양들에게 그들의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그리고 일의 진행 방식을 여러모로 변화시켰죠.”

그 결과 그들은 픽사의 전작인 <니모를 찾아서>보다도 <인크레더블>의 분당 제작비를 더 낮출 수 있었다. 심지어 <니모를 찾아서>에 비해 배경 요소가 세 배나 많아 장면들의 복잡도가 훨씬 증가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할 사람을 원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쉬지 않고 뭔가를 찾아다닌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죠.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거기엔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야.’ 아마도 적외선 감지기가 있다면 그 사람들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보일걸요”라고 버드는 말한다.

픽사가 이 같은 성장 사고관을 모든 직원에게 주입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실패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픽사의 경영진은 온갖 실패와 잘못된 출발, 문제점 등을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작업 방식의 일부로 간주한다. 실제로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조적 프로세스에 대해 ‘개판에서 개판이 아닌 것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영화에 대한 픽사의 아이디어는 개판에 가까운 스토리보드에서 출발해 개판이 아닌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천수백 가지의 문제 해결 과정을 거친다.

물론 단순히 실패하는 것은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실패를 통해 체계적인 학습을 거치는 데 있다. 실패를 통해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한다. 캣멀은 열한 개나 되는 블록버스터 작품을 연속으로 성공시키고도 늘 “성공은 문제를 은폐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픽사는 자기만족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들을 파악하고 논의하고 대처해 나가고 있다.

- 『리틀 벳』 중에서
(피터 심스 지음 / 에코의서재 / 288쪽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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