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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보물찾기
우리 회사가 발행하는 월간지 《for Leaders》에는 ‘소설 속의 명장면’을 소개하는 <소설이 좋다> 코너가 있다. 매월 이 코너를 준비하기 위해 나는 많은 소설들을 접한다. 그러다 점차 역사 소설에 심취하게 되었고, 소설을 통해 그려진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을 ‘소설 속의 명장면’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년 이맘때쯤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자주 가는 종로도서관에서 소설 분야 서가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제일 아래쪽 구석에 꽂혀 있던 『파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으로는 아무런 느낌도 정보도 얻을 수 없어 별 기대 없이 뽑아 들었다. 책 표지도 마치 추상화처럼 아리송했고 저자 이름 또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작가였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하고 뒤표지에 나와 있는 간단한 소개 글을 읽는 순간 갑자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곧장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책을 대출해 집으로 가지고 와서 거의 밤을 꼬박 새워 읽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조상희는 실존했던 인물로, 그의 본명은 조병택이었다. 구한말 정권 실세인 민영익의 호위무사로 들어가 민영익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에게서 거금 삼만 원을 빌려 거상으로 발돋움한 조병택.

조병택은 청일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소가죽을 미리 사 모았다가 일본 군부에 팔아 30배에 가까운 이문을 남겼다. 그는 이처럼 기발한 발상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거부가 되어, 최초의 근대적 무역회사와 공장 그리고 은행을 세웠다. 그는 자신이 이룬 부를 토대로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헤이그 밀사들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일제에 맞서 조선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었다. 자신의 부를 무기로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의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웠던 위대한 조선의 호랑이 조병택. 그러나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일제의 간악한 음모에 의해 그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가 남긴 300만 평의 땅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누구보다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고 의미 있는 삶을 살다 간 이 거인을 안타깝게도 후손인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파破』를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조병택이 소가죽을 매점하여 일본 상인과 군부를 농락하는 통쾌한 장면을 중심으로 ‘소설 속 명장면’을 완성하여 출판사에 보내 우리 잡지에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출판사 대표가 게재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직원이 내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아니, 이렇게 위대한 인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조병택이라는 인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책도 더 잘 팔리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출판사 대표는 이미 충분히 홍보했으니까 그럴 필요 없다며 요지부동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내가 책을 100권 살 테니 부디 허락해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했다. 그러나 출판사 대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이미 조병택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 우리 국민들이 그를 알고 기억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갑자기 허탈해지며 맥이 빠졌다. 출판사 대표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문득 혹시 저자가 자비로 출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다시 들춰 작가 소개란을 살펴봤다. 뜻밖에도 작가 진광근은 검찰수사관 출신 법무사였고 현재 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작가의 연락처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진광근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잡지에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진 작가는 오히려 반색을 하면서 책이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떻게 자기 책을 알아보고 잡지에까지 소개해주냐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진 작가는 책을 만들 당시 원고를 출판사 몇 곳에 보냈지만 출간하겠다는 곳이 없어 자기 돈 2,000만 원을 들여 2,000부를 자비 출판하여 도서관에도 보내고 지인들에게도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진 작가의 말을 듣고 나니 그 책이 너무나 아까웠고 조병택이라는 거인에 대해 너무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암울했던 시기에 일본과 맞서며 민족혼을 일깨웠던 위대한 조상을 후손인 우리들이 까맣게 잊고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뒤늦게나마 조병택이라는 인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억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가까이 지내는 출판사 ‘책이있는마을’의 강영길 대표를 만나 『파破』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주고 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 ‘책이있는마을’에서 다시 출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강 대표는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며칠 후 나와 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진 작가도 과연 재출간이 가능할 수 있겠냐며 기뻐했다. 그 후 8개월에 걸친 원고 수정 작업을 거쳐 마침내 지난달 ‘민족혼을 일깨운 거상 조병택’이라는 부제와 함께 『상혼商魂』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도서관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파破』가 『상혼商魂』으로 새롭게 탄생된 것을 보자 마치 그동안 우리에게 잊혀 있던 조병택이 깨어나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무척 흐뭇했다. 부디 『상혼商魂』을 통해, 그리고 더 나아가 드라마나 영화로 소개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조병택을 알고 오랫동안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을 마치 역사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계속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마음에 새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상혼』
(진광근 지음 / 책이있는마을 / 396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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