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사회복지운동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약해오고 있는 강세종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우리 사회도 이제 많이 성숙해져 주변의 불우이웃 돕기, 해외구호활동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자원봉사와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할 것 아니냐며, 일반 독자들이 온라인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할인혜택과 마일리지를 받는데 독자들로 하여금 할인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마일리지는 기부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독자들이 현금과도 같은 마일리지를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할인과 마일리지 혜택은 그대로 받도록 하고 대신 온라인서점들이 통상적으로 제휴사들에게 제공하는 구매연계수수료(도서 구매금액의 3% 정도)를 받아 사회복지단체에 해당 독자의 이름으로 기부하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독자들은 기존의 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착한책세상’과 제휴된 온라인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는 행위만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단체나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사회복지단체와 연계하여 그 독자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도록 하면 독자들의 참여도도 높아질 것 같았다. 내 제안에 강대표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며 기뻐했다. 강 대표와 나는 의기투합하여 곧바로 ‘착한책세상’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사이트를 만들어 뜻을 같이할 온라인서점을 선정해 협의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이익보다는 가치를 더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연륜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가 아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았던 도움과 선의가 나의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받았던 도움에 대해 보답을 하기 위해 이제부터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복효근 시인의 시 <버팀목에 대하여>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우리의 삶이야말로 자연의 순리임을 일깨워준다.

<버팀목에 대하여>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가 남을 위해 버팀목이 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고 이러한 순리에 따를 때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미약한 시작이지만 착한책세상이 우리 모두가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는 따듯한 세상을 꽃피우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지음 / 문학의전당 / 110쪽 /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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