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셔 애버딘지음/청림출판/303쪽/15,000원)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물질문명의 발달과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탐욕과 부정부패, 부의 편중과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는 처방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물질문명의 발전에 걸맞은 정신세계를 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의 물결』의 저자 앨빈 토플러가 21세기를 제5의 물결인 영성의 시대라고 예견한 바 있듯이 개인과 조직의 영적 깨달음을 통해서만 인간은 진정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래사회의 트렌드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찍이 정보화 사회, 글로벌화, 네트워크형 조직의 시대가 펼쳐질 것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미래학자 패트리셔 애버딘은 최근 『메가트렌드 2010』을 통해 자본주의와 함께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트렌드란 10년 혹은 그 이상 동안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크고 중요한 방향성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정보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 창조와 혁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애버딘은 창조와 혁신은 우리들 내면의 진실을 깨달음으로써 달성될 수 있으며, 이제 영적 깨달음에 의한 새로운 경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과 조직이 도덕과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적 진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보다 높은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기준을 채택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이러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며,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본능을 존중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내적 진실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며 이러한 가치 변화와 경제적 필요성이 만나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나간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내적 진실과 도덕에 기반한 자기 절제를 실천하는 리더들이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 실체를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성스러운 존재가 없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영혼이 존재한다. 사실 인간성에서 신성함을 없애는 것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영성을 대체할 것을 돈에서 찾고 많은 사람들이 돈이 전지전능한 것인 양 믿고 의지한다. 그러나 돈이라는 우상숭배는 수많은 고통을 야기한다. 엔론, 월드콤 같은 기업들이 그런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여주었다. 회의실에서 성스러운 존재 대신 이윤만을 찬미한 결과 엄청난 비용을 소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자본주의의 해악은 일반 투자자, 풀뿌리 리더 등 수백만의 비밀요원들에게 숙명적인 요청을 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영성과 윤리, 가치, 인간성을 시장에 소생시킨다."는 영적인 미션을 새긴 것이다. 개인적 영성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비즈니스와 영적인 삶이 서서히 융합되고 있다. 영혼이 있는 경영이라는 트렌드가 생기게 된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성한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자신의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개인적 치유를 넘어 공동체와 정부 혹은 비즈니스에까지 미션과 행동주의를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 마음 속의 내적 진실, 그리고 이를 통한 지혜와 깨달음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만일 인간이 무기질에서 시작하여 단세포 생물과 원숭이를 거쳐 진화해온 고등 생명체에 불과하다면 이러한 내적 진실과 영적 깨달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진실을 말해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등등 자연법칙과도 같은 만고불변의 진리와 도덕은 단순히 우리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도출해낸,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실용적 차원의 규범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신이 태초에 우리들 내면에 심어주지 않았다면 이러한 진리를 단순히 명상만으로 얻을 수 있었을까?

이제 이러한 진리에 기초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선택하는 투자자, 소비자, 근로자들의 흐름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비전을 제시한다. 회계부정을 일삼는 기업,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 등 자본주의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들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기업들은 보다 높은 사회적, 윤리적, 표준뿐만 아니라 성실성, 투명성, 선진화된 지배 구조를 구축해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이 내적 진실에 귀를 기울여 깨달음을 얻듯이 자본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깨어 있는 자본(Conscious Capitalism)"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하는 자본가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믿지만 많은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시장 평균 이상 또는 최고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애버딘은 이 책에서 오늘날 기업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는 지혜와 깨달음, 영성으로 가득 찬 인적 자산의 힘을 인식하고 자본주의의 도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본주의를 치유할 힘이 있고 자본주의는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부정부패, 그리고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적 가치관이 만연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든 개인과 조직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진리를 깨닫고 진실과 도덕, 그리고 자기 절제의 토대 위에 설 때 우리사회는 상생과 화합의 공동체로 나아가고, 진정 풍요가 넘치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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