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S. 레이드 지음/해바라기/417쪽/9,500원)

어느 날 저녁 산책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에게 남아 있는 생이 얼마나 될까. 평균 연령이 갈수록 늘어난다니까 20-30년은 더 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살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0년 남짓 정도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10년이 참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10년을 지금처럼 나 자신만을 위해 의미 없이 살다가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허전함이 다가왔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미국의 광고 및 판촉 전문회사 위크스마트 사의 창업자인 그레그 S. 레이드가 지은 『10년 후』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가슴은 뜨거워진다. 이 책은 한 성공한 사업가가 불우한 처지에 있는 한 소년의 멘토가 되어 그 소년으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이루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요일 아침 10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오스카는 멘토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없이 자란 오스카는 문제아가 아니다. 다만 지역의 멘토 연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그럴 소지가 있는’ 아이일 뿐이다. 지금 오스카에게는 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해줄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빛나는 신형 벤츠 한 대가 속도를 줄이더니 오스카 앞에 섰다. 그리고 자동차 창이 부드럽게 내려가고 친절해 보이는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오스카로구나. 내가 오늘 만나기로 한 로이 아저씨란다.” 벤츠를 보고 놀란 오스카는 로이처럼 부자가 되려면 맨 먼저 뭘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멘토인 로이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꿈을 충실히 실행에 옮기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단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면 되거든.” 로이는 조끼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오스카에게 건넸다. 오스카는 카드를 들여다보며 천천히 읽어보았다. ‘실행에 옮기는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

오스카가 성장함에 따라 로이는 오스카에게 자신이 살면서 배운 모든 것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했다. 그 후 오스카는 결혼도 하고 아이가 있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어느 날 들뜬 얼굴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온 오스카는 로이에게 세일즈맨이 50명이 넘는 지점의 영업부 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몇년 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다시 만난 오스카는 로이에게 “이제 좀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목표도 이루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했는데 뭔가 허전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로이는 비전 수립, 수익 달성과 같은 단기간의 목표가 아니라 삶의 목표를 세워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로이와 만난지 10년 후 오스카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스카는 회사를 그만두고 평생 꿈이었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도 성공적으로 경영하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다시 만났다. 오스카는 그 동안 로이가 건네준 카드를 모두 모아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적은 글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로이와 의논하여 그 책의 수익금을 그 책이 팔리는 각 지역 사회의 멘토 프로그램에 기부하기로 했다. 오스카는 로이에게 “제가 아저씨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약속대로, 아저씨가 제가 가르쳐주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멘토가 되기로 했어요. 몇 분 후면 저에게 가르침을 받을 꼬마 친구가 여기로 올 거예요.”라고 말 했다.

두 사람은 작별 인사로 서로를 포옹했고, 자리를 떠나면서 로이가 말했다. “훌륭한 멘토가 되길 바라네.” 커브를 돌 때 뒤에서 작은 재잘거림이 들려 로이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로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오스카 만한 나이의 소년이 오스카를 올려다보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우와, 이게 아저씨 차예요? 아저씨 부자네요!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되셨어요?” 소년에게 몸을 굽히는 오스카의 모습을 보는 로이의 가슴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오스카는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로이와 처음 났을 때 그가 주었던 카드를 꺼내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꿈은 실행에 옮기는 순간 현실이 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한 청년이 취업을 하지 못해 이를 비관하여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 청년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커다란 고뇌와 나름대로의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만일 그 청년이 로이와 같은 멘토를 만났더라면 결코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젊은이들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 자신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그들을 이끌어주지 못한 책임이 아프게 다가왔다.

월드컵 4강 신화 속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지만 우리의 많은 이웃들이 그 뜨거움과 감동으로 잠시 잊혀졌던 차가운 현실 앞에서 다시 절망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도 나눔 운동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지원이나 자원봉사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움으로써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들고 동시에 스스로도 기쁨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더 나아가 인생의 선배들이 우리의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그 젊은이들이 다시 또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는 소중한 인연이 강물처럼 이어져 모든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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