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출판업으로 성공한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한 작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성공할 거야. 자기 자신을 믿으니까.” 마침 그때, ‘한웰’ 정신병원이라는 글자가 씌어진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제일 믿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까? 나는 나폴레옹이나 시저보다 더 확고부동하게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알아. 확신과 성공이라는 붙박이별이 어디서 반짝이고 있는지 알고 있지. 초인들의 왕좌로 자네를 안내할 수도 있네. 철저히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정신병원에 있다구.” 그러자 그 친구는 내 말에 매우 의미심장하고 감동적인 응대를 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말일세, 인간이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믿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 때문에 나는 『오소독시 Orthodoxy』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나는 현대인들이 죄나 악의 존재를 부인한다고 해서 정신병원의 존재까지 부인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옥을 부인하지만 아직까지 ‘한웰’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정신병원에서 우리의 논의를 출발해 보자. 아니, 그에 앞서 온전한 정신의 철학을 잠시 살피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착각을 확실히 바로잡는 것이다. 상상력, 특히 신비적 상상력은 인간의 정신적 균형에 위험하다는 관념이 도처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강조해 말하지만, 시적 감흥은 제정신에 기댄다. 그것은 정신의 무한한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떠다니기 때문이다. 반면 이성은 그 무한한 바다를 건너가려고 애를 쓴다. 그럼으로써 바다를 유한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거기서 비롯되는 결과는 육체적 고갈과 비슷한 정신적 고갈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종의 훈련 과정이며,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것은 극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하나의 세계가 그 자신 속에서 펼쳐질 수 있는 고양과 확장을 원할 뿐이다. 그는 창공에 자신의 머리를 밀어 넣으려고 한다. 반면에 논리학자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하늘을 밀어 넣으려고 애쓰는 이들이다. 그리하여 분열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두뇌이다. 광인 중에는 보통 지적 능력이 뛰어나며 지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종종 있으나, 그는 하나의 ‘관념’이라는 깨끗하고 햇빛이 잘 드는 감옥 속에 갇혀 있다. 그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벼려진다. 그에게는 건전한 망설임과 건강한 복잡성이 없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끔찍한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무신론자다. 이 무시무시한 환상 속에는 오늘날의 신비주의적 에고이즘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 친구, 항상 거울 속의 초인을 추구하는 사람들, 자신의 개성을 새겨 넣는 데만 골몰하는 작가들, 이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을 우호적으로 둘러싸고 있던 이 세계가 거짓말처럼 완전히 깜깜해지고 악몽 같은 공허 속에 홀로 남게 되었을 때, 정신병원 그의 작은 독방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질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믿는다.”

이처럼 광기의 주된 특징은 근거 없이 사용된 이성이며 허공 속에 세워진 공허한 이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절한 제1 원리 없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되며, 모든 것을 명명백백 밝히고자 애쓰다가 모든 것이 불가사의해져 버려, 끝내 미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정신적인 악’과 분리하여 자신을 생각할 수 없다. 내재되어 있던 그것은 병적 상태를 만들고 어느새 제어의 범위를 넘어서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이들 불행한 사람들은 진실을 갈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는 건강을 갈구해야 한다. 그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굶주림, 마치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은 갈망이다.

구원은 오직 의지와 신앙에 의해서만 온다. 그의 단순한 이성이 움직일 때, 그 이성은 오래된 습관을 순환하며 움직인다. 의지적이고 초자연적인 결단을 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의 논리적인 원 속에서 광적으로 돌고 또 돌게 된다. 모든 구제책은 모든 것을 건 필사적인 구제책이다. 모든 치료는 기적의 치료이다. 광인을 치료하는 방법은 철학자와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치료하려면 악마를 내쫓아야 한다.

신비는 사람들을 제정신으로 유지시켜 준다. 신비적인 교의를 파괴시킬 때 우리는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보통사람은 항상 건강하다. 그는 항상 신비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항상 자유롭게 자신의 신을 의심하게 내버려둔다. 또한 신을 믿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그는 항상 운명 같은 것이 있다고 믿어 오는 한편 자유의지 같은 것 역시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 건강한 사람의 온전한 낙천주의적 기질에 따라 균형을 이루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신비가 지닌 비밀의 전부는 이렇다. 즉 인간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의 도움으로 모든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암흑의 중심에 신비스러운 교리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은 자연적인 건강으로 풍부해져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다.

원이 이성과 광기를 한꺼번에 상징했던 것처럼, 십자가를 신비와 건강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불교는 구심적이지만 그리스도교는 원심적이다. 그리스도교는 원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다. 원이 그 본질 내에서 완벽하고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은 그 크기 내에서 영원히 고정되어 결코 더 커지거나 더 작아질 수 없다. 그래서 십자가다. 십자가는 비록 그 중심에 하나의 충돌과 모순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네 개의 가지를 끝없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오히려 중심에 하나의 역설을 지니고 있기에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원은 그 자체의 자리로 되돌아오며 갇혀 있는 반면, 십자가는 그 가지가 사방으로 열려 있다. 그것은 자유로운 여행자들을 위한 이정표이다.

- 『오소독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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