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 전,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속으로 침몰했을 때, 수백 명의 승객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죽어갔다. 그러나 배의 파편에 매달린 사람들이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그들에게 구명 튜브와 굵은 밧줄을 던지며 이렇게 외쳤다. “그걸 놓고 이걸 잡으세요!” 그 말을 따를 시간적 여유는 채 4분도 되지 않았다. 북대서양의 냉기와 얼음장 같은 바닷물 속에서 그들은 240초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생사의 간격은 멀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로 쥐었던 것을 놓는 용감한 선택이 다급하게 필요하다. 인생은 짧다. 우리는 서둘러 우리의 날수를 헤아려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덧없는 쓰레기를 붙잡은 손을 놓고 영원한 것들을 붙들어야 한다. 포기하고 의지해야 한다. 놓고 잡아야 한다. 이런 간단한 비결을 통해 하나님은 시시한 삶에서 우리를 건져내어 하나님의 뜻에 인생을 맡기는 위대한 영광을 가르치신다.

“죽은 후 차가워진 내 손에는 내가 나눠줬던 것들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이 속담을 항상 의식하며 산다. 그러나 나는 순결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소비를 미덕으로 아는 질병에 걸렸다. 갖고 싶은 걸 갖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만성질환이다. 탐욕이 자기부인을 눌러버릴 때가 너무도 많다. 가치 없는 것들을 붙잡느라 값진 것들을 놓쳐 버린다.

여러 해 동안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나는 세력 확장에 연연하던 사람들에게 나타난 여러 애석한 결과들을 보았다. 교회 사역자들이 교회 안에서 권력을 얻으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역 내에서 가장 큰 교회 건물을 건축하는 것을 자기 가치의 척도로 삼은 한 목사가 다른 목사들을 제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결국 승리를 눈앞에 둔 시점에 교회에서 쫓겨나는 광경을 보았다. 슈퍼 목사의 구상이 좌절된 후, 그는 새로운 자기 가치의 근거를 찾으려고 고통스럽게 몸부림쳤지만 안타깝게도 회복되지 못했다.

그리스도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나는 모든 종류의 권력이 대개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뭔가 아름다운 것이 나오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악의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도 굳게 움켜쥔 그 손을 마침내 펼 때 자신의 존재 의의를 되찾고 다시금 하나님의 영광에 참예할 수 있음도 분명히 보았다.

내 절친한 친구 한 사람은 오랫동안 대표이사로 일했던 회사에서 휴식시간에 금시계를 받고 책상을 비우라는 말을 들었다. 충격에서 헤어난 후, 그는 회사에서 경쟁하는 일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의 이유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의 이끄심에 힘입어 자신의 존재 의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예수님은 우리의 본이 되신다. 그분은 경쟁하는 삶을 추구하지 않으셨다. 정반대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셨다! 예수님은 우리 대부분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목숨까지 내어놓으셨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그분의 빈손에 세상 구원이라는 상을 주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서야 우리의 생명을 구하실 수 있었다. 그분은 우리에게도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자기의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목숨을 잃는 사람은 보존할 것이다.”

광야에서 40년간 지팡이를 들고 양을 치던 모세를 하나님께서 부르셨다. 그가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 떨기나무가 불붙고 있던 그곳에서 하나님은 모세와 대화를 나누기 원하셨다. “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나님이 물으셨다. “목자의 지팡이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그것을 바닥에 던져라.” 소중한 지팡이를 놓으라니!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손을 펼쳤고, 지팡이는 중력에 이끌려 금세 땅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팡이는 코브라가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보물을 주기 원하시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지닌 자기 과신의 상징물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약함을 직면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생각만큼 약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보지 못한다. 든든한 자기 지팡이에 너무 매여 버린 나머지 그것을 뱀으로 만드실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잠재력은 완고하고 단단한 안정감에 갇히게 된다.

놓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계획이다. 놓는 것은 능력의 열쇠이기도 하다. 우리의 하찮은 것을 포기함이 진정한 중요함을 얻는 열쇠이다. 교만의 지팡이를 내던져라. 그럼 어리석고 나약한 우리의 날들은 끝날 것이다. 하나님의 능력은 놓을 줄 아는 지혜로운 자들에게 임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죽음을 놓고 생명을 잡기만 하면 된다! 놓고 잡으라!

- 『빈 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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