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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서의 선택
어떤 경영자보다도 불확실성을 잘 헤쳐 나온 사람이 바로 인텔의 앤디 그로브이다. 그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히틀러와 스탈린의 학살에서 살아남았고, 195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성공은 결코 확신할 수 없는 반면, 실패는 아무 때나 찾아온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그로브는 1968년 고든 무어,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반도체회사 인텔을 창업했다. 갓 태어난 인텔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같은 강력한 기존 사업자와 힘든 경쟁을 벌이던 1969년, 64비트 메모리칩 개발에 성공하여 주요 컴퓨터회사의 메모리칩 공급업체로 선정되었다. 64비트 칩의 개발은 신생 기업에게 대단한 성공이었지만, 성공에 안주할 시기는 아니었다. 이미 경쟁사들은 용량이 4배나 큰 256비트 칩의 개발에 착수했다. 인텔은 계속해서 다음 세대의 칩 개발에 성공했고 경쟁사들을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 다음 단계인 512비트 칩을 뛰어넘어, 기존 칩의 4배 용량인 1,024비트 칩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과감한 선택이고 신중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로브는 인텔의 승리를 발표했다. “그것은 크나큰 기술적 도박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큰 내기에서 이겼다.”

그로브는 ‘도박’이란 표현과 함께 ‘큰 내기에 이길’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속적인 위대함을 위한 청사진이나 성공 보장이란 말은 없었다. 그로브는 내재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인식했으며, 인텔이 한시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대담한 모험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024비트 칩 개발을 감행하기로 한 결정은 인텔이 택한 많은 위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로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당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로브는 끊임없이 환경을 살피어 기술이나 경쟁자 및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고, 인텔에게 유용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로브는 이렇게 기술했다. “환경상의 변화를 레이더에 포착된 작은 반점이라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그 반점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레이더를 계속 지켜보며 그 물체가 접근하고 있는지,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형체를 가졌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것이 외곽에서 꾸물거릴 경우에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속도와 경로가 갑자기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텔은 초기의 성공을 바탕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 반도체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메모리칩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 인텔은 다시 공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일본 기업들의 습격이었다. 1985년 노이스와 그로브는 다시 한 번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즉, 메모리칩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고 좀 더 높은 이윤을 제공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탁월한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다음 몇 년 동안 인텔의 매출은 급증했다. 앤디 그로브의 리더십 아래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으며, 계속해서 더욱 빠르고 강력한 칩을 내놓았다. 인텔의 성공은 단지 운이 좋았던 탓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수많은 결정들을 통해 그로브는 기업실적이 상대적임을 잘 알았다. 무엇을 잘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경쟁자들보다 잘해야 한다. 그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로브는 전략적 변곡점, 다시 말해 기업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결정적 순간에 극단의 위험을 선택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산업의 역학과 기술변화, 계산된 위험 선택의 필요성을 잘 아는 경영자였다.

그로브의 자서전을 집필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테드로는 인텔의 성공이 그로브가 장기적 성공의 청사진을 수용해 집요하게 추진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쟁 환경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적해 기술과 경쟁, 규제 및 소비자의 변화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브는 스스로 진화함으로써 자연선택을 회피했다. 그는 새로운 현실에 자신을 적응시키면서 낡은 가정들을 버렸다.” 인텔은 1990년대에도 번성을 구가했지만, 그로브는 결코 성공을 당연시하지 않았고, 헝가리 망명자의 몸에 밴 태도, 즉 실패의 위험에 대한 우려를 망각하지 않았다.

2005년 인텔은 시장가치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기업이자 이익 기준으로는 열여덟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인텔은 지속적인 성공을 확신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든 성공 기업과 마찬가지로, 인텔은 수익성을 증가시킬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다. 강력한 경쟁자 AMD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아성을 비집고 들어왔으며, PC시장도 침체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인텔의 초기 시도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디지털 TV시장 진출 시도는 산산조각이 났다. 또한 칩시장이 속도 중심에서 벗어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다른 기술과의 통합으로 옮겨 가는 추세를 빨리 인식하지 못했다.

인텔은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2006년 새로운 CEO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는 인텔이 전통적인 핵심 사업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뛰어넘어 칩과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고, 양자를 결합해 랩탑에서 가전 및 무선응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겨냥한 플랫폼 사업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심 사업의 변경과 더불어 인텔 브랜드를 재설계하고, 회사의 슬로건을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에서 ‘도약(Leap Ahead)’으로 변경했다. 그것은 대담한 방향전환이고 과거와의 단절이다. 일부 관측자들에게는 앤디 그로브가 끌어온 진로를 부인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로브는 인텔의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인텔의 새로운 진로 설정이 ‘인텔의 위험 감수 및 성과지향 가치관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성공을 확신한 걸까? 그럴 리 없다. 인텔의 새로운 전략은 위험을 수반한다. 하지만 인텔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재창조하거나 수익이 감소하고 이익이 축소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리한 기업은 선택 대안을 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성공은 불확실하다. 앤디 그로브를 비롯한 현명한 경영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안다.

-『헤일로 이펙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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