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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성공을 위해 포기한 3가지
2009년 11월 폭스바겐 그룹의 생산량이 사상 최초로 도요타를 추월했다. 폭스바겐은 2009년 들어 9월까지 총 440만 대를 생산하였는데, 이것은 같은 기간 400만 대를 기록한 도요타의 생산량을 넘어선 수치이며 누적대수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2007년 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세계 4위 업체에 불과했던 폭스바겐은 2008년부터 착실히 단계를 밟아 1위의 권좌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약진은 이미 2009년 5월부터 예상되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를 꿈꾸던 포르쉐와의 지분 늘이기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이후 폭스바겐 그룹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로서 자동차업계의 새 판 짜기에 나섰고, 2009년 상반기 세계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세계 시장점유율을 2.1% 늘린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성공에 대해 ‘3가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과연 폭스바겐이 성공을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선택과 집중 대신 유연성: 첫째로, 폭스바겐은 선택과 집중을 포기했다. 일반적으로 기업경영에서는 활용 가능한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핵심 사업을 선정해서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대신 다른 부진한 사업들은 과감히 포기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경영에서의 선택과 집중이며,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쟁사인 GM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 새턴과 같이 일부 차종에 핵심 R&D 인력을 집중하고, 아예 별도의 공장에서 생산했다. 마케팅도 완전히 차별화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그룹은 달랐다. 폭스바겐 그룹 부사장인 크리스티안 클링글러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지속적인 M&A를 통해서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세아트, 람보르기니 등 총 9개 브랜드를 갖추고 이 모든 브랜드가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 전략과는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패러독스 전략은 최근의 글로벌 불황에서 빛을 발했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소형차 또는 최고급 럭셔리 차가 잘 팔리고, 중대형차는 판매가 어려운 편이다. 그런데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폭스바겐은, 일부 브랜드가 받쳐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위기에는 ‘선택과 집중’보다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 대신 플랫폼 공용화: 둘째로, 폭스바겐은 규모의 경제를 포기했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자동차 사업은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한다. 한 장소에서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면 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그룹은 다르게 접근했다.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면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단일한 생산체계를 가지고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중국인부터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일인까지 고객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취향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이에 폭스바겐은 중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체코, 포르투갈 등 전 세계에 현지형 생산시설을 건설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지 전용 모델이 전체의 80%를 육박할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현지 개별생산을 통해서 올라가는 비용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한마디로 플랫폼 공용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자동차 외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품을 모듈화하고 최대한 플랫폼화 함으로써 원가절감을 꾀한 것이다. 그 결과, 1990년대 16개에 달하던 플랫폼을 2006년 4개의 공용 플랫폼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GM이 플랫폼당 2종의 파생 자동차를 개발할 때, 폭스바겐 그룹은 11종의 파생 자동차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제조원가를 절감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대시킨 원동력인 셈이다.

해고 대신 일자리 나누기: 폭스바겐이 포기한 3가지 중 마지막은, ‘어려우면 해고한다’는 고용에서의 통념이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기존의 노사관계를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노사관계가 악화될 확률이 높다. 전체 변동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아무래도 회사 측과 노조 측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그룹도 2000년대 초반에 위기를 맞았다. 그로 인해 2003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61% 급감하고 세계 시장점유율도 2001년 9.2%에서 2003년 8.2%로 급감했던 것이다.

이때 생존의 갈림길에 선 폭스바겐 그룹의 대응은 남달랐다.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대신 이른바 ‘아우토 5000’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성공적인 일자리 나누기’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 측 역시 단축근무, 순환근무 등을 통한 임금삭감에 전격적으로 동의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은 물론 장기실업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사회적 기대에 화답했다. 당시의 경영위기를 거치면서 맺어진 동반관계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위기극복의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위기의 거센 파도를 넘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이다. 계획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많겠지만 폭스바겐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혹시 버려야 하는 것들은 없는지 재점검해보는 것도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소림사에서 쿵푸만 배우란 법은 없다』 중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56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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