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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동백꽃을 품은 2012년의 주인공 여수
전라선의 종착지이며 항구도시, 청정해역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에 붉은 동백꽃을 품은 여수는 겨울이 따뜻해 대표적인 휴양 관광도시로 군림해왔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관광이 아닌 맛의 고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관광이 지금까지는 먹고 노는 맛 중심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하는 여수 여행에선 ‘맛’을 따라서가 아니라 자연을 느끼는 ‘멋’을 따라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해를 머금은 사찰, 향일암

여수를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러 오거나 탐스러운 동백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여수는 거의 전 지역에서 기가 막힌 일출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해를 바라보는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은 여수 일출 명소 중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여수에서 돌산대교를 넘어 돌산섬 끝에 있는 향일암 주차장에 도착하면 이제부터는 도를 닦는 여정이 시작된다. 향일암 초입을 지나 대웅전에 가기 위해선 무려 291개나 되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암자 근처에 이르면 2개의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정도의 좁은 석문이 나타난다. 석문을 통과하고 나면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몸에선 열기가 느껴진다. 심신의 고통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무렵 대웅전에 닿는다.

새해를 여는 날, 4대 기도 관음처인 향일암에 올라 해를 맞이하는 이들은 간절한 소원 하나씩을 가슴에 품고 이곳을 찾는다. 향일암에는 7개의 바위동굴이 있는데 이곳을 모두 통과하면 소원 하나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므로 향일암을 오르기 전부터 소원을 생각하며 걸음을 떼는 것도 좋겠다.

동백꽃이 어우러지는 붉은 대지, 오동도

여수를 대표하는 꽃은 당연히 동백꽃이다. 그리고 여수의 동백꽃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오동도’다. 오동도에 가면 한겨울에도 흰 눈 사이로 붉게 피어오르는 동백꽃을 볼 수 있다. 10월부터 한두 송이 피기 시작한 동백꽃은 3월경이 되면 절정을 이룬다.

동백꽃이 만개한 오동도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여수 중심가에서 10여 분만 달리면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날씨가 사납지 않고 컨디션이 좋다면 방파제길을 따라 오동도에 가는 것도 좋다. 동백꽃이 만개할 즈음 이곳의 날씨는 다른 곳과 달리 봄의 포근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오동도에는 여러 갈래의 탐방로가 잘 마련돼 있어 친구나 연인, 가족들의 나들이에 적합하다.

다도해의 최남단 보물섬, 거문도

오동도만큼이나 동백꽃으로 유명한 거문도는 꽃이 만발한 봄에 찾아야 제맛이다. 그러나 만개할 때를 놓쳤다 해도 거문도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도해의 맑은 바다에 코발트빛 하늘이 강렬한 여름날 이곳에 도착했다면 밤을 기다려야 한다. 거문도 앞바다에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남해를 비추는 불이 켜지는데 이것이 거문도 등대다. 거문도 등대는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졌는데, 남해에서는 최초의 등대였다. 등탑에는 거문도와 백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탁 트인 망망대해를 마주할 수 있다.

거문도가 큰 섬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숨 가쁘게 등산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보로봉에서 신선바위를 지나 거문도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365계단을 넘어야 하는데,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남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거문도는 걸으면 걸을수록 매력적인 섬이다. 봄이면 붉은 꽃이, 여름이면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른 바다와 짙은 녹음이, 가을이면 귀뚜라미 소리와 등대가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축제 한마당, 여수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를 좀 더 친근하게 즐기고 싶다면, 고소동 천사벽화 골목길을 방문해보자. 7개 구간의 1,004미터에 이르는 고소동 천사벽화 골목길에선 여수와 관련된 재미난 벽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구한말인 1893년에 처음으로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참가했던 우리나라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 『이야기로 떠나는 우리나라』 중에서
(한국관광공사 지음 / 팩컴북스 / 360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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