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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모습 그대로_ 만재도
섬 소년
폐교는 콘도가 되었다. 텐트까지 쳐진 학교에 만재도(晩才島) 아이들은 없다. 만재분교가 폐교가 된 뒤, 아이들은 모두 뭍으로 유학을 떠났다. 오늘 콘도는 뭍의 교회에서 수련회를 온 아이들의 숙소다. 폐교를 사서 마을에 준 것은 신안군이다. 주민들은 폐교를 수리하여 일부는 노인정과 마을회관으로 쓰고 일부는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제공한다. 콘도는 부녀회에서 운영한다. 방학이라 목포에서 공부하는 만재도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왔다. 섬마을이 모처럼 아이들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학교가 문을 닫은 뒤, 만재도 아이들은 모두 부모 곁을 떠나 뭍으로 갔다.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부모도 힘들고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들도 힘들다.

바닷가 민박집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이다. 여객선이 이 나라 최서남단 가거도까지 정박하고서야 마지막으로 들르는 까닭이다. 만재도에는 아직도 종선이 있다. 접안 시설이 없어서 배가 포구에 정박하지 못할 때 바다 가운데서 여객들을 옮겨 실어다 주는 작은 배를 종선이라 한다. 종선의 운항은 옛날에는 흔했지만 요즈음은 보기 드문 풍습이다.

만재도는 면적 0.60제곱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5.5킬로미터의 아주 작은 섬이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신안군 흑산면에 소속되기 전까지 만재도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해 있었다. 목포까지는 104킬로미터 거리지만 진도까지는 59.7킬로미터다. 그래서 노인들은 아직도 진도로 내왕하던 시절에 대한 추억담이 많다. 먼 데 섬이라 해서 또는 재물을 가득 실은 섬이라 해서 또는 해가 지고 나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 해서 만재도라는 이름을 얻었다지만 내력을 확인해 줄 사람은 없다.

폐교된 학교 건물 옆에 있는 숲이 만재도의 당산이다. 사람이 드나든 지 오래된 숲은 길조차 없다. 더는 당제를 모시지 않지만 숲은 여전히 신성한 공간이다. 요즈음은 어느 섬을 가나 숲이 살아 있다. 만재도의 산도 상록수림으로 울창하다. 하지만 섬의 숲이 살아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만재도 역시 당산 숲을 제외한 섬 전체가 벌거숭이였다. 가스가 공급되면서 땔감으로 벌채되던 숲이 다시 살아났다.

만재도에 저녁이 온다. 갯바위 낚시를 나갔던 낚싯배들이 돌아오고 낚시꾼들은 아이스박스 가득 농어와 돌돔, 우럭, 삼치 등 전리품을 담아 온다. 만재도는 농토가 귀하기 때문에 주민은 모두 바다에 의지해 산다. 물고기를 잡고, 낚시꾼들을 치고, 톳과 미역을 뜯고, 할머니 잠수들은 전복과 성게를 잡는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잠수해서 해산물을 채취하면 남자들은 잠수해서 작살로 물고기를 잡았다. 제주도 해녀가 본래 잠녀였던 것처럼 만재도 사람들도 해녀라는 말은 쓰지 않고 잠수라 한다.

만재도 주민은 요즈음 관광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방송에 섬이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주민은 섬이 크게 개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도시 사람들이 고향처럼 찾아와 쉬고 갈 수 있는 섬을 꿈꾼다. 집도 크게 고치지 않고 돌담도 보존하고, 노래방이나 술집도 없고,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보면 조용히 쉬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목포에서 빨라야 다섯 시간, 파도라도 치면 여섯 시간이 훌쩍 넘는 머나먼 뱃길. 내내 이틀에 한 번씩 다니던 쾌속선이 2007년부터 하루 한 번씩 다닌다. 하지만 목포에서 오는 배가 가까운 만재도를 두고 더 먼 가거도를 먼저 들렀다가 오기 때문에 운항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만재도 사람들은 여객선이 번갈아 가며 가거도와 만재도를 먼저 들러 주기를 희망하지만, 그 작은 꿈이 육지와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해 보인다.

- 『섬 택리지』 중에서
(강제윤 지음 / 호미 / 33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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