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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길 위에는
나는 흙길을 좋아한다.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닌 몰캉한 쿠션감이 주는 부드러움과 코끝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풀내음을 좋아한다. 하지만 인도의 흙길은 내가 알고 있던 흙길과는 전혀 달랐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쓰레기는 발가락에 걸리고 튀어 오른 흙탕물이 엉덩이에 미크로네시아의 지도를 그려놓는 걸 보면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온통 ‘찝찝’이라는 단어뿐이다. 하지만 인도의 길 위에는 이 찝찝함을 무릅쓰고도 길을 걷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인도가 진절머리나도록 싫어지다가도 길에서 만난 꼬마의 미소에 ‘그래도’라는 마음이 들고, 이젠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다가도 낯선 이의 따뜻한 손길에 또 ‘그래도’라는 마음이 든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고 싫지만 싫어할 수 없는, 병 주고 약 주고 북 치고 장구 치는 곳. 뉴델리에서는 소음과 사기꾼들로 ‘병’을 주더니, 푸쉬카르에서는 눈부신 석양이라는 ‘약’을 준다. 그리고 실제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푸쉬카르의 호숫가 가트에 앉아 있는데 연주자 몇 명이 나와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저물어가는 해를 후광으로 한 정체불명의 백인 남자가 등장한다. 마치 도인과 같은 모습의 남자는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하늘하늘한 범상치 않은 손놀림의 신들린 춤사위는 마치 경건한 종교적 구도 의식처럼 보인다. 승무를 인도식으로 멋지게 재해석해 풀어내는, 그의 얇은 사(紗) 하이얀 원피스는 고이 펼쳐 나비와 같고 두 손에 흐르는 빛은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웠다.

길 위에 사기꾼만 가득한 것 같다가도 춤을 추는 사람이 등장하고, 소음만 가득한 것 같다가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곳. 외국인의 눈에 인도는 알 수 없는 곳이지만, 인도인이라고 인도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환갑이 되도록 자기 동네 밖을 벗어나보지 못했다는 한 평 남짓한 동네 어귀 구멍가게에 종일 앉아 있는 푸쉬카르의 할아버지가 보는 인도와, 전용기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뭄바이의 갑부가 보는 인도는 분명 같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같은 인도의 모습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인도의 길 위에는 오물만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꽃도 떨어져 있다.

-『로맨틱 인디아』 중에서
(채유희 지음 / 달 / 312쪽 /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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