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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고 기우는 그곳, 섬 여행을 떠나다
한국에는 4400여 개의 섬이 있다. 대한민국은 특별히 ‘섬나라’다. 그 섬들 중에서 유인도는 500여 개. 시인인 강제윤 씨는 10년 동안 사람 사는 모든 섬을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3년 동안 100여 개의 섬을 걸었다. 거제, 통영, 완도, 옹진, 신안, 군산, 제주, 강화, 여수, 대천의 섬들까지.

붉은 달의 섬, 옹진 자월도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32킬로미터 해상에 위치한다. 주변의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승봉도 등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를 아우르는 인천시 옹진구 자월면의 중심 섬이다. 여의도보다 조금 작다. 이곳 또한 여느 농어촌처럼 400여 명의 주민 대다수가 노인 가구다. 할머니들이 굴을 캐러 나왔다. 반찬거리도 하고 굴을 팔아 가계에도 보태기 위해서다. 할머니들은 자기 노동의 양만큼 굴을 수확해 간다. 바다가 죽지 않는 한 바다는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먹이를 준다. 굴은 달이 차고 기우는 데 따라 여물기도 하고 야위기도 한다. 섬사람들도 굴처럼 살이 올랐다 야위었다 한다. 섬사람들은 달의 자손이다. 달이 바닷물을 밀었다 당겼다 하며 바다 것들을 키우면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고동과 소라와 굴들을 얻어다 산다.

다찌 집, 통영 추봉도
통영상 여객선 터미널 부근 식당에서 나그네는 밥상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주인은 점심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메뉴는 ‘생선 정식’ 하나뿐이지만 식당은 늘 만원이다. 밤이면 식당은 밥집의 간판을 접고 ‘다찌’ 집으로 변신한다.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유일한 메뉴다. 술은 맥주나 소주 불문하고 무조건 한 병에 만 원. 술값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안주가 공짜다. 술 세 병 기본 상차림에 생선회부터 생선구이, 소라, 멍게, 새우튀김, 전복죽까지 온갖 해산물이 딸려 나온다. 술 한 병을 더할 때마다 새로운 해산물 안주가 추가된다. 해산물의 종류는 철마다, 날마다 바뀐다. 주인이 새벽 어시장에 가서 싱싱한 것들을 골라온다. 다찌 집은 한자리에서 싼값에 다양한 해산물 안주를 맛보고자 하는 술꾼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그래서 ‘다찌’의 어원이 ‘다 있지’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다찌 집은 사철 풍부하게 해산물이 공급되는 통영 같은 어항에서만 가능한 문화다.

고향도 잊어버린 할머니, 강화 볼음도
바닷가 오막살이, 할머니 집 마당에는 옥수수가 말라 가고 있다. 곡식들은 햇볕을 받아 마를수록 여물어 간다. 사람 또한 그렇다. 할아버지는 3년 전에 이승을 하직하셔서 할머니는 혼자이다. 혼자 남은 할머니는 차돌처럼 단단해졌다. “할머니는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 없시다.” “강화세요?” “그랬시다.” “강화 어디신데요?” “잊어버려서 모르갓시다.” 할머니는 섬으로 시집와서 60년 넘는 세월 동안 친정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옛날 섬에서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 이제 할머니도 남은 날이 많지 않다. 할머니마저 떠나고나면 이 집은 폐허가 되고 할머니의 삶을 지탱시켜준 물건들은 모두 불태워지고 말것이다. 삶의 흔적들이 아주 사라지고 나면 삶을 증거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때 삶이 깃들었던 물질들, 죽은 육신과 함께 아주 사라지고 나면 삶은 또 어디로 가서 머물게 될까.

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
대륙이 하나의 섬인 것처럼 아무리 작은 섬도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이다. 오랜 세월 섬마다 고유한 문화와 전통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외래문물의 유입으로 많은 섬들이 원형질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멀지 않은 시간에 이 나라 대부분의 섬들이 사라질 것을 예감한다. 이미 많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되었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끝내는 소멸해 버릴 섬들, 섬의 풍경들. 그 마지막 모습을 포획하기 위해 다시 섬으로 간다.

- 『섬을 걷다』 중에서
(강제윤 지음 / 홍익출판사 / 25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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